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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두릅이 주는 봄맛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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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연천 지질답사 중 재인폭포 가는 길목에 만난 두릅이다. 이 산골에도 이리 피기 시작했으니, 고향 김천 눈두렁에 엄마가 심은 두릅들도 한창이겠다 싶었다.  



해마다 이맘쯤이면 두릅은 별미다. 두릅이 지구상 어떤 식생대에 자생하는지 알 수는 없고, 또 그 새순을 따서 각종 방식으로 요리해서 먹는 다른 민족이 있는지 알 수도 없지만, 이 두릅은 비슷한 시기에 피어나서, 비슷한 식재료를 제공하는 엄나무와 더불어 봄맛을 돋구는 일등공신이다. 



어제 출타했다 돌아오니, 부엌에 두릅이 한가득이다. 보나마나 엄마가 따서 보냈으리라 싶었다. 내가 두릅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보통 이 무렵이면 나는 두릅을 따러, 겸사겸사 김천을 간다. 마침 그 두릅밭 곁엔 아버지 산소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저런 사정이 겹쳐 가지를 못하고 말았다. 


두릅은 번식력이 엄청나서, 논누렁에 심은 그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온 논두렁을 두릅 밀림으로 만든다. 두릅은 또 대강 심어도 쉬 고사하지 않는 까닭에, 대체로 산 같은 데서 캐다가 심어도 잘 자란다. 우리집 논두렁 두릅은 몇년 되지 않아 작젼인가에는 베어내야 할 정도가 되었다. 



두릅은 생으로 고추장 같은 데 찍어 먹어도 좋지만, 조금 억세지면 제맛을 즐기긴 힘드니, 데치거나, 아니면 밥솥에다가 얹어 찌고 나서 재가공해서 먹기도 하니, 김천에서 택배로 막 도착한 두릅들을 장모님이 다듬고, 또 삶았다. 



두릅은 대개 두 번 정도 딴다. 갓 오른 새순이 가장 맛이 나지만, 한번 정도는 더 따니, 더 억세기 마련이다. 여름철에도 곁가지에 난 순을 따서 먹기도 하는 모양인데, 이미 그 무렵이면, 두릅이 주는 색감은 달라져, 이렇다 할 별미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를 장아치로 담기도 하는 모양인데, 내 고향에서는 그런 요리를 거의 만난 적 없다. 그날 따서 그날 먹어버린다. 



마파람 게눈 감추듯 두릅이 사라졌다. 내 뱃속으로 열반한 것이다. 아마 며칠간은 두릅 성찬이리라.



거실 한 구석에 중앙일보 깔고 누운 꼬다리 한 가득이라, 이게 무엇이냐 살폈더니, 두릅 꼬다리였다. 약으로 쓰나? 

아무튼 두릅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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