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미라가 출현한 마왕퇴 1호묘에서는 계피桂皮가 나왔다고 한다.
이 계피는 정확히 말하자면 시나몬cinnamon이 아니다.
계피에 대한 기록은 동아시아에서는 신농본초경에 처음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어
문헌상으로는 후한대 이전으로 올라가기 어렵다는데
마왕퇴 1호묘에서 계피가 나왔으니 전한대에도 계피가 쓰였음이 실물로 입증되었다.
원래 계피는 우리나라는 대체로 수입종이라 계피 자체는 동아시아산이 아니라 남아시아에서 들어왔다고 보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정확히 말하자면 반만 옳은 것이다.
계피에는 남아시아 산 실론계피 Cinnamomum verum와 중국 산 육계肉桂(Cinnamomum cassia)가 있는데 이 둘은 동일 속이지만 종이 서로 다르다.
전통적으로 남아시아와 중국에서 각각 오랫동안 재배[혹은 자생]했다고 알고 있으니 마왕퇴 1호묘 계피는 아마도 육계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시나몬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론계피다.
동아시아 산 육계는 시나몬보다 향이 더 강하고 가격이 싸다.
이를 시나몬이라 부르지 않고 카시아라고 따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마왕퇴 1호묘에서 육계로 보이는 것이 나온 이상
이런 종류의 계피 연원은 동아시아에서도 상당히 오래 전으로 소급될 가능성이 있다 하겠다.
[편집자 주]
전통시대 엄격한 식물학적 계통 분류가 있을 수는 없어 언제나 저와 같은 식물을 만날 때마다 그것이 지금의 생물학적 분류 중 어디에 해당하는가를 매치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지금과는 전연 엉뚱한 맥락으로 쓰이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계피 역시 그러해서 정확히 어떤 종을 말하는지 알아내기가 쉽지는 않다.
계피桂皮는 나무가 아니다. 계桂라는 나무에서 벗겨낸 껍질皮을 말한다.
따라서 저 계가 어떤 나무인가가 핵심이다.
저 말을 단음절이라 특히 말을 할 때는 맥락 혹은 문맥에 따라 여간 알아듣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저 계라는 말에다가 그것이 나무임을 더욱 확실히 하고자 해서 계수桂樹라 부른다.
하지만 한자와 우리말은 또 느낌이 달라 역전驛前이라는 말로도 부족해서 흔히 역전앞이라 하듯이, 그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저 계수 또한 그걸로 성이 차지 않아 계수나무라 한다.
이를 언어학 관점에서는 동의어 반복이라 해서 틀리다 하지만, 어찌 한자와 그에 대한 한글 대응어가 같겠는가?
계수라는 말로는 그것이 나무라는 사실이 명확하지 않아서 그것을 좀 더 확실히 하고자 계수나무라 부르는 것이며 이것이 문법으로 봐서 틀릴 수는 없다.
암튼 계수나무라고 할 때 우리는 대뜸 달속 토끼가 약을 빻을 때 노천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 계수나무 아래서 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이 달속 토끼가 절구질해서 빻아 만들어내는 약물은 보통 약물이 아니고 선약仙藥이라 해서 만병통치를 보장하는 약, 더욱 정확히는 무병장수, 장기간 복용하면 죽음을 피하는 불사약이다.
한데 왜 하필 토끼가 절구질하는 데가 계수나무가 피어 있을까?
이는 계수나무, 더욱 정확히는 그 나무 껍질이 보장하는 신성성 때문이다.
그만큼 계피는 약효가 뛰어난 성분이 있다고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계수나무 계수나무 하지만, 실상 이 계수나무를 제대로 본 한국인은 많지 않다.
왜? 한반도 기후랑 생육조건이 그다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계피에 대항하는 향신료가 한반도에서는 바로 산초와 제피였다.
놀랍게도 천마총에서는 산초가 쏟아져 나왔다. 그 산초는 별도 코너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말한 대로 같은 계피라 해도 이는 아열대 계통이랑 열대 계통이 확연히 다르다.
다만 그 다름을 전통시대에 제대로 인식했는가는 별개 문제다.
모로 가건 바로 가건 서울만 가면 장땡이다.
그네들한테 계피라는 사실만 중요하지, 설혹 그 성능 효능이 조금 다르다 해도 계피라는 향료, 계피라는 약물 자체만 중요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 계수나무를 두고 그 차이가 있음을 전통시대에는 구분했음을 보이는 흔적이 적지 않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그런 계수 중에서는 명확히 수입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입산이라 함은 그것이 토종과는 다르다는 뜻이며, 그렇기에 그런 다름을 곳곳에서 다행히도 이 계수의 경우에는 일일이 적어놨다.
다음은 계피와 관련한 웹상 중국어 사전 한 항목을 참고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계피桂皮는 별칭이 많다.
육계肉桂라고도 하며 월계月桂 혹은 궁계官桂 혹은 항계香桂라는 이름으로도 보인다.
녹나무과[樟科] 식물에 속하는 천축계天竺桂라든가 음향阴香, 혹은 세협향계细叶香桂 혹은 천주川桂까지 포함한 나무 껍질을 통칭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약물이나 향료로 많이 썼다. 그 어떤 것이건 향이 짙은 녹나무과 녹가무속樟属 식물 중에서도 그 껍질을 말한다.
이를 본초습유本草拾遗라는 한의학 문헌에서는 월계月桂라 했고
해남본초海南本草라는 문헌에서는 천축계天竺桂, 곧 인도에서 나는 계피로 적었다.
본초도경本草图经에서는 '천축계天竺桂를 말한다. 서호西湖 지방에서 나며 그 효능은 계桂랑 흡사하지만 뜨겁지 않고, 오늘날에는 희귀하다"고 했다.
이시진 본초강목本草纲目에는 "이것이 오늘날 민闽, 월粤, 절강 산에서 나는 계수나무다. 하지만 대주台州[대만]와 천축天竺에 가장 많아 저리 부른다. 큰 나무에 꽃이 화려하게 피고 열매는 연꽃 씨앗과 같다. 천축 승려들이 월계月桂라 부르는 것이 이것이다"고 했다.
저들 문헌이 말하는 계수는 지금의 녹나무과 식물에 속하는 천축계[Cinnamomum japonicum Sieb.]랑 형태와 원산지가 일치한다.
이를 보면 저들이 말하는 계수나무는 아열대 식물에 가깝다 하겠다.
이런 계피는 강서, 복건, 호남 그리고 호북성 일부 지역에서 쓴다.
이런 기술들로 보건대 계피는 중국 기준으로 인도로 상징하는 외래성이 상당히 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장강 일대 혹은 그 남쪽에도 자생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봐야 한다.
나아가 인도산 수입 제품에 대해서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마왕퇴에서 현재까지 드러난 약재류로는 계미를 포함해 모향茅香 고량강高良姜 두형杜衡 패란佩兰 화초花椒 신이辛夷 강姜 고본藁本까지 모두 9종이 있다.
물론 약재 중 상당수는 향신료로도 쓰기이도 하거니와
저 화초花椒는 산초 혹은 제피 종류다.
한약재는 열 기준으로 열을 내게 하거나 내리게 하는 두 종류가 있는데 대체로 열을 내게 하는 종류가 많은 듯하다.
혹 훠궈 종류 요리가 이미 저 당시 자리잡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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