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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HISTORY

마음이 환연歡然하며 몸이 진동하니...‘원초적 본능’을 찾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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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後漢 시대 조엽趙曄이란 사람이 찬撰한 책으로써 《오월춘추吳越春秋》란 게 있다. 오월동주吳越同舟니, 와신상담臥薪嘗膽이니 해서, 배삯 서로 안 내겠다고 쌈박질 해대는가 하면 그 좋다는 웅담熊膽을 씹어대느니, 물침대에 자빠자면 될 것을 괜히 수련한답시며 장작 나무를 자리삼아 잤다는 이야기 따위 무대가 되는 저 중국 남방 오랑캐 대표주자들인 오吳나라와 월越나라 사이에 얽힌 사화史話 묶음집이라 할 수 있거니와, 

그 주축은 말할 것도 없이 월왕越王 구천(句踐. ?~BC 464)과 오왕吳王 부차(夫差. ?~BC 473)에 얽힌 쌈박질이라. 이 《오월춘추》가 주는 교훈은 딱 하나, 쌈질하지 마라는 것이니, 오늘은 그런 진부한 이야기를 하려 함이 아니라 바로 오르가즘에 대한 것이니

 

 

 



어젯밤 잠자리 들기 전에 《오월춘추》란 책을 약 반년 만에 다시 꺼내 들었더니 그 시작이 오태백전 제일吳太伯傳第一이라는 곳이라. 말할 것도 없이 이 부분은 오나라 역사 시작을 다루었으니

 

오는 건국시조가 태백太伯이라는 자이니, 《오월춘추》에는 보다시피 太伯이라 하나, 《논어論語》란 곳에 볼짝시면 그 표기는 泰伯이라, 글자가 다르다느니 하는 천박한 교육으로 일관하지 마라고 내 이곳에서 틈만 나면 얘기하거니와 

실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수록 한자는 중요한 것이 발음이라, 발음만 통하면 아무것이나 끌어다대면 되었나느니, 太伯과 泰伯 또한 이같은 관계이니, 준동蠢動이란 말을 春動이라 한다 해서 틀릴 것도 없느니라.

 

또 내가 몸담은 회사 이름 표기가 聯合이지만 이를 蓮合이라 쓴다 해서 틀릴 것도 없다. 무식쟁이들만이 어느 하나는 틀리고 어느 하나가 맞다는 식으로 가르칠 뿐이니

애니웨이 이 《오월춘추》 오태백전吳太伯傳 첫머리는 오나라 건국시조인 태백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요, 거기에서 훨씬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태백의 조상에 대한 말로써 이야기를 시작하니 그 첫 대목은 다음과 같다.
 
吳之前君太伯者,后稷之苗裔也。后稷其母台氏之女姜嫄,爲帝嚳元妃。年少未孕,出游於野,見大人跡而觀之,中心歡然,喜其形像,因履而踐之。身動,意若爲人所感。後妊娠。

자, 이를 옮겨본다.

오나라 첫 임금 태백이란 자는 후직后稷이란 사람의 후예다. 후직은 그 어미가 태씨台氏의 딸 강원姜嫄이란 여인이니, 강원이 제곡帝嚳이란 사람에게 시집가서 그의 원비元妃(첫마누라)가 되었다. 하지만 강원이 나이 너무 어려 아를 밸 수 없었다. 어느날 원데이, 강원이 들판으로 놀러 갔다가 대인大人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만 마음 저 깊은 곳이 뜨끈뜨끈해짐을 느겼다. 나아가 그 발자국 모양을 보고는 매우 마음에 들어 기쁘하면서 그 발자국에다가 자기 발로 맞추고 밟았더니 갑자기 몸이 요동을 치는 게 마치  누군가에게 감전된 듯했다. 그리하여 나중에 아를 배게 되었다. 


이후 이야기야 볼짝없이 이렇게 애비없는 자슥을 덜커덩 낳으니, 그가 바로 후직이니, 후직은 오나라 건국시조인 태백의 직계 조상이 된다,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내가 이 구절을 읽으면서 주목한 것이 바로 오르가즘에 대한 표현이다.  그것을 이 《오월춘추》란 책에서는 심중心中이 환연歡然하고, 신身이 동動한다 했으니 이것이야말로 저 '원초적 본능'에서 섀런 스톤이라 해서 이름이 돌대가리인 여자가 마이클 더글라스와의 섹스신에서 보여준 '원초적' 포즈가 아니겠는가? 

이 신화에서 발자국과 발이 맞대는 장면은 이른바 도킹 docking 이라는 작용일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섹스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리라. 하지만 저 정도로써 은유라 할 수 없으니, 그 의도야 뻔히 드러나거니와, 그런 점에서 저것은 은유가 아니라 뻔한 직유라 할 지니라.

나는 오르가즘에 대한 표현을 찾아 《황제내경》이며 《소녀경》 《의심방》이며 《천금방》이며 하는 책들을 모조리 뒤져 보았으나 그에 마땅한 구절들을 찾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오월춘추》서 그것을 발견하고는 기뻐 잠이 들었노라. 

 

(2005. 09. 20 19: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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