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성경에만 기반하여 교회를 만들고 운영하겠다는 것이 곧 프로테스탄티즘일 것이다.
성리학은 이 프로테스탄티즘, 개신교와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
가장 비근한 예로서, 초기 북송 성리학자들은 사서, 특히 맹자를 죽도록 파면서
이미 천년 전에 단절된 도통을 자신들이 이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찾았다.
이는 교회에서 전하는 전통을 부정하고,
오직 성경에 기반하여 교회를 재건하고자 하는 프로테스탄티즘과 동일한 방식이다.
공자님은 말씀하셨다.
子曰 夏禮吾能言之 杞不足徵也 殷禮吾能言之 宋不足徵也 文獻不足故也 足則吾能徵之矣
무슨 말인가?
믿을 만한 문헌만 있다면 진리는 얼마든지 그 안에서 내 스스로 찾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도통을 중국 성리학자들에게서 받아온 것이 아니라,
문헌을 파고 들어감으로써 스스로 찾아낼 수 있었다.
이승훈이 천주교 교리서를 파고들다가 스스로 북경으로 가서 세례를 받고,
자기가 주교가 되고 신부를 자신이 임명하여 한국 교회를 훌러덩 만들었던 것도
바로 그가 이러한 방식의 진리 탐구에 익숙한 성리학자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성리학자들이 볼 때,
성경과 교리서만 있다면 그 안에서 나 혼자 진리를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사도전승은 말하자면 공자의 직계 제자쯤 되는 것인데,
내가 공자의 직계제자에게서 배웠는가 아닌가는 진리를 발견하는 데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았으므로,
이승훈은 별다른 의심없이 자신의 믿는 바에 따라 한국교회를 만들었을 텐데,
그러니 한국 교회 벽두에 만들어 진 이 자생적 교회는
성리학과 프로테스탄티즘이 비슷한 때문에
자연히 천주교보다는 개신교를 더 닮은 모양으로 탄생한 것이다.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학 그리고 교회 만들기 (1) | 2025.05.12 |
---|---|
어째서 성리학자가 천주교도가 되었는가라는 문제 (0) | 2025.05.12 |
한국 천주교의 출발과 그 전사前史 (1) | 2025.05.11 |
[마왕퇴와 그 이웃-120] 개-돼지-닭 (26) | 2025.05.05 |
안개와 나무: 하세가와 토하구: 송림병풍도 (1) | 2025.05.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