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행사로 만들어주겠다" 큰소리는 뻥뻥 치며 전화를 끊었지만 나라고 무슨 용빼는 재주 있겠는가? 자신이 없었다.
다만 그럼에도 이건 좋은 기회라 생각했으며 취지로 봐서도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 판단했다.
그 행사가 대통령이 참석한다 해서 빛이 더 나고, 그렇지 아니하다 해서 덜 나겠는가?
다만 그때만 해도 나는 의식 하나가 충실했으니, 문화재가 그에 걸맞는 대접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리하여 기왕이면 대통령 같은 사람이 왕림해 준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시각도 교정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막연한 생각이 많던 때라는 말 정도만 해 둔다.
어떻든 국내도 아니요, 그 머나먼 미국 도읍 워싱턴에서 개관식으로 잡은 그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간다는데, 이건 천운이라 생각했으니, 그리하여 저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나는 내가 아는 저에 대한 자료를 아주 간단히 정리한 자료를 문건 형태로 순식간에 만들어 청와대 지인한테 전달하면서 꼭 VIP가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랬더니 그 친구한테 곧바로 "알았다"는 연락이 왔다. 이것이 이 사안에서 내가 한 일 전부였다.
그러면서도 못내 반응이 궁금하기는 했으니, 저 문건을 전달한 그날 직후인지, 아니면 그 다음날로 기억하는데 문화재청에다가 혹 청와대에서 무슨 반응이 있는지를 확인했으니, 그런 문의에 문화재청 어느 국장이 매우 무미건조하게 하는 말이
"글쎄요 청와대에서 (공사관) 자료를 달라 하네요?"
잉? 반응이 있구나. 하고는 어딘지 물었으니 탁 쪽이라 했다. 대통령 의전을 전담하는 탁현민이었다.
이 친구 문재인 시대를 통털어 참말로 요란한 인생을 살았거니와, 그만큼 심복인 까닭 아니겠는가? 남들 같으면 그 공세를 버텨내지 못했겠지만, 그에 대한 문재인의 신뢰는 가히 절대적이라 중간에 잠깐 나갔다가 끝까지 문재인과 청와대 임대생활을 함께했다.
이 건은 익히 결국 대통령 행사로 낙착되었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제국공사관은 성대하게 전시관으로 재탄생을 알렸다.
저런 일이 있고 나서 아마도 탁이 대통령 참석에 대비한 조사를 위해 현지 실사를 하지 않았나 기억하지만, 이건 자신이 없다.
애초 공사관 개관식은 문화재계에서는 의의가 컸기에 나름 큰 규모로 준비했다고 기억한다. 당연히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들은 초청한 상태였고, 그 공사관 조사와 개보수에 관여한 인사가 대거 초청되었으니, 그 관여자 혹은 공적자라 해서 그 행사에 초청받은 인사 중에는 훗날 윤석열 시대가 개막하고서 그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되는 박보균도 있었다고 기억한다.
박보균은 당시 중앙일보 논설고문인가로 재직 중이었으니,(지금 찾아보니 대기자였다)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전력이 있고, 그런 인연에서 대한제국공사관의 존재를 알리는 데 일정한 공로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그것을 한국정부가 매입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
박보균한테 이 일이 조금은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 언론계에서는 그 대부분의 일생을 정치기자로 산 그가 문화 부분에 얽히는 거의 유일한 고리가 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를 초대 문화부 장관에 내정하면서 윤석열은 바로 이 사건을 거론하면서 박보균이 문화 소양을 갖춘 것처럼 말했으니, 누가 봐도 정치부 기자 색채가 짙은 그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 혹은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나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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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시대 문화재야사] (1) 워싱턴 대한제국공사관 개관 - 지옥에서 천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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