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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문화사 생활사가 각광받던 시절 연구를 돌아보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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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20년 전쯤이라 생각한다. 그때 문화사 생활사 붐이 있었다. 다들 기존 역사학 문화학으로는 안 된다며 들고 나온 새로운 돌파구가 생활사 문화사였으니, 

저 흐름과 궤를 같이해서 나온 것이 고문서 붐이었고, 기타 그 부류에 속하기는 할 텐데 일기 연구가 붐이 일었다. 

음식사라는 영역이 별도 학문 분파가 되는양 들고나선 시기도 딱 저 무렵이라, 하긴 음식이 생활문화사 핵심이니 어찌 따로 놀 수 있겠는가?

그래서 문화생활사라 해서 한역연인가? 이쪽 학술단체에서 생활사 시리즈인지 뭔지도 냈다고 기억하는데 문제는 생활문화사라 해 놓고 내놓은 그 질이었다. 

그 내용을 볼짝시면 온통 삼국시대에는 우리 조상들이 뭘 자셨니 뭘 입었니 하는 얘기 밖에 없었으니, 간단히 말해 나열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 이 꼴은 실상 한국고고학 현재의 양상과 똑같다. 

이 친구들은 생활사문화사로 깊은 역사 이야기를 할 줄 몰라, 고작 우리 조상이 조 수수를 먹었네 김치는 언제 만들어 먹었네 하는 딱 그 정도 수준이라 

지리한 나열밖에 할 줄 몰랐으니, 이것이 어찌 한국고고학 작금의 꼬라지, 곧 어디를 팠더니 뭐가 나오고 그 형식은 어떠하며 그 계통은 어떠한지 딱 그 꼬라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저 이상 파고 들 수도 없었고, 또 무엇을 먹고 입었는지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끌어낼지도 알 지 못한 채 지리한 사료 나열만 일삼았다. 

그런 사정이 지금이라 해서 달라졌는가?

천만에. 

조선시대 역사학은 주도권이 일찌감치 한문학 고문서학으로 넘어갔으니, 기존 정통 역사학은 거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서는 지금도 그로키 상태다. 

뭐 있어? 이른바 정통 역사학이 저런 한문학 공세에 내어 놓은 상품 중에 팔리는 거 있음? 단 하나도 없다. 

이 모양 이 꼴이니 그 틈바구니를 설민석이 파고 든 것이고, 그가 나가 떨어진 지금은 누구더라? 그 친구가 역사학 대가로 군림하는 것 아니겠는가?

기존 정통 역사학은 그렇담 뭘 하는가? 발가벗은 세계사인지 역사인지 자리 빛내는 찬조출연자밖에 더 되는가? 

하지만 냉혹히 짚어야 할 것은 그 주류로 등장한 한문학 고문서학이 무엇을 그려냈는가를 돌이켜 보면, 이 역시 물론 연구자에 따라 계층이 다양하기는 하고, 또 개중 깊이를 자랑하는 이가 없지는 않지만, 사료 발굴과 나열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네 학문 수준이 딱 이거다. 신참공무원 신고식 면신례 고문서가 발굴됐다. 이런 내용을 담았다. 그 양태는 이렇다. 딱 이 수준까지다. 이 고문서 고고학이 정통 고고학과 흐름이 똑같다.

 
이 고문서를 봤더니 이렇더라, 이 자료를 새로 발굴했더니 이렇더라. 딱 그 수준이었으며 그런 사정에서 나는 결코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고 본다. 

그를 통해 이른바 서구학계에서 흔히 쓰는 역사학 담론 하나 못 만들어내는 실정이 그 적나라한 현실을 말해주는 게 아니겠는가?

고고학? 내가 매양 말하지만 그렇게 천지사방 다 파헤치고도 세계 고고학 흐름 주도하는 연구자 한 명 출현하지 못하는 현실을 어찌 봐야겠는가?

세계적인 고고학자? 그래 그건 언감생심이라 치고, 외국 학계 나가서 이것이 한국고고학이요 이 사람이 대표주자요 하면 내세울 첨병 하나 없는 세상이다. 

이거 웃기고 쪽팔리지 않는가? 저만큼 많이 파제낀 나라 어디 있던가? 일본? 일본은 나가 떨어진지 오래라, 면적당 발굴건수는 단연 한국이 1등이다.

그렇게 파헤친지 20년이 넘도록 외국 학계에다가 이 친구가 한국고고학도라고 소개할 연구자 한 명 없지 않은가? 이 현실을 도대체 어찌 설명하려 하는가?

결국 연구방법론이 문제투성이고 문제의식 또한 부재한 데서 비롯한다. 

우리 학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이거다. 나열!!! 

어디를 팠더니 뭐가 나왔더라. 딱 이 수준이다. 

지리한 나열, 그 나열에서 무엇을 뽑아먹을 지는 전연 모르는 당달봉사가 판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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