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남 함안군에서 이곳 아라가야시대를 대표하는 무덤을 파헤친 성과를 발표했거니와, 그 홍보 문안은 미다시와 서브미다시, 그리고 첫 두 패러그래프가 이렇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 발굴조사 현장공개회 개최
- 삼한시대 널무덤 8기, 삼국시대 덧널무덤 10기 등 다수의 유구 확인
- 백제 사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은제 허리띠장식 출토
함안군은 오는 8일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함안 말이산고분군 도항리 425번지 일원 발굴조사' 현장공개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군은 2022년 문화재청 국가지정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말이산고분군 북쪽 진입로 정비 사업을 계획했으며, 경남연구원(원장 송부용) 역사문화센터에 사업부지에 대한 시굴조사를 의뢰해 삼한시대 널무덤, 삼국시대 덧널무덤, 돌덧널무덤, 돌방무덤 등 다수의 유구를 확인한 바 있다.
미안하지만, 이런 보도자료는 어떤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다. 물론 일부 언론이 써주기는 했다만, 보도자료를 축약하거나 그대로 베껴가는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왜?
메인 타이틀 '함안 말이산 고분군 발굴조사 현장공개회 개최'건, 아니면 서브타이틀이건 어느 하나도 이목을 끌 만한 대목이 없기 때문이다.
저와 같은 보도자료를 보면서 대뜸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So what?
삼한시대 널무덤 8기가 발굴되건, 삼국시대 덧널무덤 10기가 발견됐건 말건, 또 백제 사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은제 허리띠장식 출토됐건 말건 이렇다 할 감흥이 없다.
물론 이번 발굴에서 번쩍번쩍 하는 금붙이 같은 것이 나왔다면야 그걸 앞세워 한바탕 세상을 농락했겠지만, 저 자체로는 이번 발굴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쉽사리 짐작할 수는 없다.
물론 이른바 학술적인 관점에서 이번 발굴성과는 대단히 중요한데, 그것이 무엇인가?
이 말이산고분군으로 상징하는 묘지가 아라가야가 태동한 삼한시대(즉 서기 300년 이전) 이래 삼국시대(대체로 6~7세기)까지 적어도 300년 내지 400년간 줄곧 이 일대 지배층이 공동묘지로 사용한 데로 밝혀졌다는 데 있다.
그런 수백년간 사용한 공동묘지가 이상하리만치 삼국시대가 종말할 무렵에 각중에 끝난다. 나는 이런 현상이 실은 다른 고대 공동묘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는 점을 예사롭게 보지는 않는데, 이거야 너무 깊게 들어간 것이고, 백제 제품으로 보이는 유물이 나왔다한들,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로 일반의 심성을 파고들기는 무척이나 힘들다.
간단히 말해 저런 보도자료로는 그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저 홍보문안을 어떠해야 하는가?
나 같으면 세계유산을 내세웠을 것이다. 아마 오늘 개막했을 듯한데, 저 말이산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세계유산에 등재될 예정이다. 이미 그 자문기구에서 등재권고를 한 마당이니, 당연히 세계유산이 되게끔 되어 있다. 변수가 있을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따논당상이다.
저 보도자료는 이 중대한 국면을 놓쳤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대로 나 같으면 저 보도자료를 이렇게 제목 잡았을 듯하다.
세계유산 눈앞 함안 가야무덤, 천오백년 암흑을 박차다
뭐 어케든 세계유산을 앞세워 나 같음 요란하게 선전했을 것이다. 그래야 남들이 쳐다라도 봐줄 것 아닌가?
그렇다 해서 예컨대 저와 같은 표현이 현실과 따로 노는가? 것도 아니지 않는가? 과장하거나 왜곡한 대목도 없지 않은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포장 진짜 잘해야 한다.
관건은 포장이다.
그 포장은 과장이 아니다.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게 하는 기술이다. 홍보, 그 일환으로서의 보도자료는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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