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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미세먼지 폭격에 되돌아보는 《먼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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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11 14:59:23

<먼지를 통해 본 '거대 우주'>

(서울=연합뉴스) 김태식기자 = 1886년 뉴잉글랜드 출신 약사인  존슨은 세균이 감염 원인이라는 데 착안해 동생과 함께 살균처리된 외과처치 용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의 출발이었다.

1895년 어느 날 아침, 직업이 방문 판매인인 어떤 사람은 일을  나가려  했으나 날이 잘 들지 않는 면도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는 여기서 일회용 면도기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6년 뒤 그는 아메리칸 안전 면도기 회사를 창립하게 되는데 이것이 질레트 전신이었다. 


미세먼지 폭격 맞은 서울 광화문. 2019, 03,06


이처럼 세균이라는 아주 미세한 입자와 일회용 면도기라는 아주 작은 물건은 때로는 거대 기업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요즘 세계는 광우병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를 유발하는 원인균은 미세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프리온'이라는 단백질 조각이다. 달과 우주를 정복하고  있는 인간이 한낱 먼지 조각만한 침입자의 공격에 떨고 있는 것이다.

방 안에 두엄 한 덩어리를 놓아두면 1년 동안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인디고 한 알갱이로는 깨끗한 물 1t를 푸르게 물들일 수 있다. 육안으로는 도대체 관찰하기 힘든 미세 입자의 위대한 힘이다.

웬만한 도시 건물 옥상은 1년이 지나면 몇 t에 달하는 미세한 부스러기가  쌓이게 된다. 아무리 깨끗한 곳이라고 해도 1㎤ 공기 안에는 400개가 넘은 먼지 티끌이 존재한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옛날 서양 왕족들은 충치나 소화 불량으로 인한 역한 입냄새를 막기 위해  아니스 열매로 만든 박하사탕을 물고 다녔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자기 방을 장미향과  박하향으로 채우고 옷을 향료로 세탁했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새로운 향수를  개발하라"고 득달했다. 먼지 입자로 구성되는 향수의 위대한 힘이다.


미세먼지 폭격 맞은 서울 광화문. 2019, 03,06


이처럼 미국 미네소타 사우스웨스트주립대 문화사학자인 조지프 어메이토는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먼지》(이소)라는 책을 통해 먼지로 대표되는 '작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가 얼마나 신비하고 위대하며, 때로는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지를 독특하게 탐구하고 있다.

저자는 위에서 본 것처럼 원자와 분자, 세포, 세균 등 거대 우주에 대비되는 이른바 소우주(microcosm)와 인류와의 관계 탐구를 존슨 앤드 존슨이나 질레트 같은 거대 기업의 탄생과도 연관시키는 기발한 착상을 내놓는다.

책 제목으로 삼은 '먼지'는 그가 말하는 '작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대표 주자로 내세웠을 뿐이다. 먼지 중에는 방사능 낙진도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저자 어메이토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모든 사물의 잣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한편 인간과 소우주의 재결합을 촉구하고자 하는 듯하다.


미세먼지 폭격 맞은 서울 광화문. 2019, 03,06


먼지로 대표되는 미세 입자를 통해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 보았다는 시도 그 자체만으로도 읽는 이의 찬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며 더 이상의 돌파구가  없는 듯한 역사연구가 과연 한계가 있는지 의문을 들게 한다. 

국사의 선택과목화와 학부제 실시에 따른 역사 관련 학과 및 과정 축소를  역사학의 위기라고 착각하는 국내 역사학자들에게는 필독서이다.

이 책은 지난해 미국의 LA 타임스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논픽션이기도 하다. 이소출판사 대표인 강현석씨가 직접 번역했다. 352쪽. 1만5천원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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