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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바리깡이 쥐어뜯은 청춘

by taeshik.kim 2020.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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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포착] '바리캉' 사라진 학교에 불어온 자유의 바람

송고시간 2020-03-07 08:00

1982·1983년 시작된 중고생 두발·교복 자율화







고3 때인가 2때인가 암튼 소풍갔을 적이다. 어모 혹은 감문 쪽 아니었나 하는데 저때는 마이클 잭슨 시대라, Billie Jean이 moon walk로 선풍하던 시대였다. 


두발 자율화 시대라 대체로 머리카락은 귀밑까지 내려오는 장발의 시대였다. 


이채로운 점은 1명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교련복을 걸쳤다는 사실이다. 저 무렵은 이미 교복 자율화 시대였고 저 소풍 때도 교련복을 걸쳐야 한다는 규율을 없었다고 기억하지만, 어이한 셈인지 모조리 교련복 차림이다. 


왜 교련복이었을까? 이 물은 왜 직장인이 양복을 주로 걸치는가 하는 의문과 연동한다. 


왜 양복인가? 편하기 때문이다. 별로 고민이 없는 까닭이다. 예의를 차린다기 보다, 양복 걸치면 그걸로 땡이다. 양복은 고르기도 쉽다. 여성들은 좀 다른 듯하더만, 남성들은 양복 몇벌이면 그걸로 바꿔가며 걸치면 이것만치 편한 것 없다. 


교복 자율화 시대에 모조리 교련복을 걸친 까닭 역시 그랬다. 들판에서 마이클 잭슨 카세트 테이프 틀어놓고 술쳐마시고 흔들어제껴야 하는데 교복만큼 좋은 복장 있겠는가?


이는 곧 역설로 교복 자율화 시대에 접어들어 이내 학교별 교복시대로 돌아가게 되었는지를 엿보는 창구다. 




고향친구들이다. 사내새끼들은 전부 까까머리다. 저 까까머릴 하다못해 이발소 가서 깎겠는가? 바리깡으로 서로가 밀었다. 


바리깡...이 놈의 바리깡이 절반은 머리카락을 주어 뽑는데, 특히 뒤꼭지 깎을 때는 미칠 지경이었으니, 지금도 몸서리를 친다. 그런 뽑음을 막고자, 기름칠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저 까까머리 시대, 하긴 깎아놓으니, 편하긴 하다. 저때는 모두가 출가승려인 시대였으니, 중이랑 나캉 구분이 없는 사해동포시대였다. 


 


몸뚱아리는 교복의 시대인데 대가리는 두발 자율화의 시대라


하도 대가리 빡빡 밀어야 한 그 시대에 대한 반항의 발로였다 해둔다. 안깎았다. 깎을 돈도 없었고, 그만큼 억눌렸으면, 맘껏 길러나 봐야했다. 다듬을 여유도 돈도 없었다. 


지금은 메가리가 없어 머리카락 절반은 빠지고, 더구나 그 전부는 온통 백색이 되어 흐물흐물해졌지만, 저때만 해도 빳빳한 시절이라, 머리카락까지 돼지털이라, 다듬지 아니한 장발은 노왁싱. 


까까머리가 주도는 결핍은 가르마였다. 두발 자율화가 이뤄져 머리카락은 길렀지만, 돼지털이 넘어가지 아니해서, 죙일 2대 8 가르마 만든다고 죽을 똥을 쌌다. 




규율과 강제, 그리고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을 풀어제낀 시대를 공존한 그런 지 애배의 시대가 지나자 이제는 새로운 규율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 놈들은 교복도 양복 같다. 지 애비가 걸친 교복은 동학농민전쟁 때, 혹은 신미양요 병인양요 때 몰살당한 조선군이 걸친 솜옷 같은 그런 옷이었는데, 저 놈들은 교복도 양복과 같아 걸치면 그런 대로 똥폼이 난다. 그래 안다, 아들놈이랑 나랑은 기럭지도 다르고 생김의 진화 정도가 다르다는 걸..그걸 고려해도 괜시리 짜증이 난다. 


그땐 왜 그리 짓누르기만 했을까? 


식민지 유습? 전가의 보물처럼 휘두르는 이 따위 해설 나는 따르지 않는다. 이는 식민지 이전에는 그렇지 아니했다는 전제를 강제하거니와, 웃기는 소리 제발 하덜덜 마라. 식민지 이전 조선시대? 그때 이 땅은 인구 99%가 거지인 시대였다. 식민지 아닌 시대 너나 가라 하와이다. 




그 시대 반항하는 정신이 아직도 꺼지지 않은가 보다. 가끔 이런 식으로 반항하니 말이다. 왜 저러는가 묻는다면 바리깡으로 밀어버려야 한 그 시대가 억울하기 때문이라 해 둔다. 



그 시대가 이랬다. 

짓눌려도 웃음이 있었다. 




껄렁했다. 시시껄렁했다. 


저 시시껄렁에도 꿈이 있었다. 


이번 주 순간포착은 1982년 3월 1일 두발 자율화와 그 1년 뒤 교복 자율화를 포착해 봤다. 


날이 듣지 않는 바리깡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에리 있는 교복은 찡겼다. 

몸땡이는 커가는데 입학 전에 맞춘 바지는 이내 반바지가 되어 있었다. 


그런 시대를 살았노라고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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