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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백수일기] 꽃샘 방황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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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는 집을 탈출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늘도 괴나리 봇짐 매고선 무작정 나섰다. 모 박물관으로 행차해 그짝 자료실서 오후를 뽀갤 작정이었다. 

한데 버스에서 내려 박물관 가는 길목이 영 이상했다. 문을 닫은 가게가 많다. 여타 날과는 사뭇 다른 풍모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박물관을 들어서 자료실로 향하는데 어랏? 불이 꺼졌다. 안 열었다. 박물관은 열었는데 자료실이 안 열다니? 안내 데스크에 물었다. 오늘 삼일절 공휴일이라고 문을 안 연대나 어쩐대나? 

아 오늘이 무슨 요일인가? 찾아보니 금요일이다. 거기다 빨간날 그래 말마따나 삼일절이다. 

터벅터벅 허탈함에 전시 코너 한 군데 돌고서는 나선다. 집에나 가자. 
매섭다. 열라 매섭다.

광화문 바람은 언제나 이렇다. 여름이면 찜통이요 겨울이면 오늘 같은 꽃샘추위는 삭풍이다. 

이런 데다 경복궁을 터잡은 정도전은 정말로 머리가 티미한 사람이다. 암것도 모르는 백면서생이니 그랬으리라,

왜 지금의 경복궁 자리가 황무지로 버려졌겠는가? 사람이 살 만한 데가 아니어서 사람들이 버린 까닭이지 뭐가 있어서였겠는가?

북악 앞자리는 본래 그런 데다. 그런 데가 텅 비어 있다고 풍수지리 따져서 어랏 이리 좋은 땅이 남았다니? 하고 얼씨구나 땡잡은 기분에 그리 했겠지만, 광화문은 사람 살 만한 데가 아니다. 

그리 매서웠다. 

하도 매서워 카페를 찾아들었다. 한데 카페마다 자리가 없다. 자리는커녕 대기하는 사람 천지다. 왜 그럴까?

저짝 광화문 네거리에서 들리는 요란한 확성기. 이리 추운날 웬 사람이 그리 쏟아져나왔는지, 깃발부대가 온통 광화문 거리를 장악했다. 

그런 사람들까지 날이 춥다해서인지 온통 카페로 몰린 것이다. 그 사람 범벅 확성기 소리 시끄럽기 짝이 없는 그 인산인해를 뚫고 지나자니 환장할 노릇이다.

물론 그네들이야 내가 어느 지역에서 집회 참석하러 상경한 국기 부대원으로 봤을 테지만 말이다. 

공휴일이 왜 있는 것이며 요일은 왜 필요한가? 이를 새삼 물으며 씨불씨불하며 집으로 계우계우 찾아드니 온몸이 살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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