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중에 최고로 치는 게 벼락 맞은 대추나무라든가 하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대추나무를 나는 본 적은 없다. 벼락 맞았다 하면 재수가 없을 듯 해서 피할 것으로 보지만, 어쩌다 이런 말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남을 저주하며 쓰는 말 중에 벼락 맞고 죽을 놈이라는 게 있기는 하겠거니와, 우리는 벼락을 맞고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는 일이 글쎄 자주 있는 일은 아닐 것으로 본다. 천둥벼락이 치는 날, 쇠심 박힌 우산 쓰고 다니지 말란 말은 듣기는 했지만, 우리는 천둥벼락이 그리 흔한 편은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한데 우리보다 훨씬 땅 덩어리도 크고, 사람 쪽수도 엄청시리 많은 인도는 다른가 보다. 동남아에 파견된 우리 공장 특파가 전하는 소식을 보면 인도 동북부 비하르주라는 곳만 해도 최근 사흘간 62명이 벼락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고 하며, 5월 중순 이래 비하르주와 인근 우타르프라데시주 등지에서 300명이 넘는 사람이 희생되었다고 하니, 그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기후 특성과 밀접하다. 천둥벼락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일수록 이런 희생이 빈발하지 않겠는가? 이런 기후 특성이 아마 인도 신화에서 이와 관련한 무수한 이야기가 저록된 힘이 아닐까 한다.
내친 김에 우리는 사정이 어떤지 실록을 두들겨 봤다. 태조 4년(1395) 7월 22일 항목을 보니 서원군瑞原郡 사람 거두居豆라는 이가 벼락을 맞았다는데, 그의 목숨이 어찌되었는지는 언급이 없다. 또 정종 2년(1400) 6월 16일에는 낭장郞將을 지낸 최선崔選이란 이가 벼락을 맞았다.
특이한 사건은 태종 3년(1403) 5월 7일에 벼락이 풍해도豊海道 봉주鳳州를 덮친 일인데, 피해는 사람만 아니라 소까지 미쳤다. 이에 이르기를 "어떤 사람이 소를 끌고 가다가 벼락맞아 죽었는데, 죽은 자의 두 손가락과 음경陰莖을 잘라 간 사람이 있었다. 관찰사觀察使가 율律에 의하여 논죄論罪했다"고 한다. 이걸 보면 벼락 맞고 죽은 사람 손가락과 짬지를 약으로 복용하면 어떤 병을 고친다는 그런 속설이 있었나 보다.
이를 보면 벼락 맞아 사람이나 동물이 피해를 보는 일이 드물지 아니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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