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신년이라 해서 국립묘지 혹은 그에 해당하는 시설을 국가 주요 지도자로 분류하는 사람들이 참배하는 전통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강고한 유교질서가 여전히 지배하는 동아시아 국가에서 이 전통은 매우 강렬한 관습이 있으니 나는 이것이 바로 이 문화권에 뿌리깊은 조상숭배, 특히 종묘 혹은 사당참배 전통에 연결한다고 본다. 그 유습이 국민국가시대에도 남아 그것이 국가 관습처럼 살아남아 꿈틀거리는 증거로 본다.
이 종묘 혹은 사당 숭배가 대표하는 기념물이 시조묘 제사다. 국가적인 관점에서는 건국시조를 제일로 치고, 가문에서는 흔히 불천위不遷位로 거론하는 종족시조 혹은 중시조를 제일로 친다. 시조묘나 중시조묘는 시대별 넘나듦이 있어 그 사당을 따로 설치하기도 하고, 조선왕조의 경우에는 이성계 사당은 종묘에다가 합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성계가 특별대접을 받지 아니한 건 아니다. 그의 묘소 산소가 지금의 구리 동구릉에 있으니 이것이 墓이면서도 廟로 기능했으니, 그가 묻힌 곳을 건원릉健元陵이라 하거니와, 이 건원릉이야말로 墓이면서 시조묘始祖廟다. 이 전통을 그대로 이은 쪽이 남북한 중에서도 북한이다.
그 전통이 무엇이건 아무튼 남북한이 모조리 신년 첫날이라 해서 그 종묘를 계승한 국립묘지 혹은 그에 해당하는 국가 사당을 참배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북한에서는 그 최고 지도자 김정은이 쫄개들 잔뜩 대동하고는 방부 미라 처리한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이들이 안치된 곳을 영생홀이라 한다.
북한에도 국립묘지에 해당하는 시설이 따로 있기는 하나, 이곳이야말로 북한의 국립묘지이면서 시조묘다.
남한에서는 여야 상층부가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모조리 찾았다. 여당에서는 이낙연을 필두로 하는 지도부가, 야당에서는 김종인과 안철수 등등이 다른 당직자들과 함께 현충원을 참배했다.
한데 이 코로나팬데믹에 남북한은 극히 상반한 모습을 연출했다. 북한은 외부 세계를 향한 자신감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모조리 마스크를 벗은 반면, 남한에서는 모조리 마스크를 뒤집어 써서, 머리카락이 아니면 누군지도 알아보기가 힘들 판이었다. 향을 피울 때도 마스크를 뒤집어 썼다.
북한에서는 방역에 성공했다는 자신감? 이렇게만 볼 수는 없다. 이에는 불경죄가 작동한다. 김정은 주재 회의에서도 북한 간부들은 전연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오야붕에 대한 불경죄로 보는 까닭이다. 김일성 김정일을 참배하면서 마스크를 쓴다? 장성택 꼴난다.
이것이 정당한 추리임은 신년 다른 행사를 보면 시민들이 거의 다 마스크를 쓴 까닭이다.
같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의례가 다른 방식으로 발현함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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