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고고학도 할 일이 없는지, 요상한 용어를 만들어 내느라 여념이 없으니, 이름하여 글래시어 아키올로지 glacier archaeology 빙하고고학이 뜨나 보다.
발굴을 기반으로 삼는 고고학이 유럽 구대륙이나 미국에서는 발굴현장이 없어 자조섞인 말로 우리는 암체어 아키올로지스트 armchair archaeologists 라 하거니와, 이놈들은 새로운 연구성과가 발굴현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암체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한 족속이다.
암튼 발굴현장이 없어 곤혹스러운 유럽 고고학이 새로운 돌파구로 빙하 glacier 를 착목着目하기 시작했으니, 이는 기후변화가 고고학에 부른 축복이라,
세계 곳곳 영구동토층이 기후변화에 녹아내리고, 그 녹아내린 얼음덩이에서 전연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쏟아내니 이 얼마나 좋을씨고?
그 혜택을 가장 일찍 본 데 중 하나가 알타이라, 얼음공주가 대표하는 이 지역 발굴성과는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발굴이 가능해진 까닭이다.
알프스 역시 빙하고고학이 주목하는 신세계다. 알프스 빙하고고학은 아이스맨 외치를 발굴하는 위대한 개가를 올렸으니, 이태리 북부 알프스산맥 남쪽 볼차노 라는 코딱지만한 읍내는 오로지 이 외치맨 하나로 먹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역경제에서 해발 3천미터 알프스산맥 영구동토층에 얼었다가 녹아내린 빙하 아래에서 출현한 초기청동기시대 이 남자는 중대한 위치를 점한다.
뿐인가? 그 위쪽에서도 살살 얼음이 녹아내리더니, 그 아래서 유물줍기 행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근자 AFP 통신이 이쪽 빙하고고학 성과를 다룬 모양이라, 우리 공장에서는 이 소식을 취급하지 아니했지만, 서울신문을 보니 이를 정리 보도했더라.
아래 Sciencealert라는 매체가 인용한 AFP통신 보도를 보건대
'An Archaeological Emergency': Artifacts Are Emerging From Melting Alpine Glaciers
NINA LARSON, AFP16 OCTOBER 2020
빙하학자들 예측에 의하면 알프스산맥 빙하 4천 개 중 95프로는 이번 세기 말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고고학에는 새로운 장을 열었으니 선사시대 이래 인간의 산악생활을 추측케 하는 증거를 제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달 스위스 동부 우리 주 canton of Uri 해발 2천800미터 지점 브룬니펌 빙하 the Brunifirm glacier 근처 crystal site로 고고학 탐사를 벌인 Marcel Cornelissen은 "우리는 여느 때 같으면 얻을 수 없는 고고학 일부를 향한 창문을 열어제끼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을 했다"고 말할 정도다.
무엇보다 90년대 이전까지는 여러 이유로 선사시대 사람들이 고산지대는 피했을 것이라는 상식이 깨졌다. 하지만 빙하가 녹으면서 노출한 고고학 발견들을 통해 험준한 알프스 산맥 곳곳에 사람들이 활동한 흔적이 드러났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만들 재료를 찾아 산악을 헤집고 다닌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시원을 연 발견은 1991년 외치 Oetzi 미라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5천300년 전을 살다간 사람이다.
이후에도 알프스 빙하는 선사시대 인간 활동을 흔적을 드러냈으니 베른 알프스 Bernese Alps 해발 2천756미터 고갯길 Schnidejoch pass (본래 발음은 모르겠고, 미국식 영어로는 슈나이더잨이다)은 2003년 이래 흥미로운 곳으로 부상했으니, 이곳에서 대략 기원전 3천년 전 유물로 자작나무로 만든 화살통 a birch bark quiver 이 발견된 것이다.
이후 기원전 4천500년 전 가죽바지와 신발이 다른 유물들과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
가죽이라든가 자작나무 같은 목재, 그리고 직물류는 보통 썩어 없어지지만 빙하라는 천연의 냉동고가 완벽한 보존상태를 마련해 준다.
지난달에는 여성고고학도 Regula Gubler 가 이끄는 발굴단이 Schnidejoch에서 또 새로운 발견을 했으니, 대략 6천년 전 것으로 짐작되는 나무껍질 혹은 식물 껍질로 꼬아 만든 실이 그것이다.
빠르게 빙하가 소실하면서 그것이 내장한 고고학 정보도 빠르게 망실하는 중이다. 고고학은 이미 늦었다. 대신 등반객들이 우연한 발견을 하기도 하는데 1999년에는 이탈리아 등반객 두 명이 Wallis canton 남부 Arolla glacier 라는 곳 해발 3천100미터 지점에서 발에 걸려 넘어진 목조각 한 점을 주워다가 때 빼고 광을 내어서는 그네들 거실에다 걸어둔 일이 있다.
그 유물을 우연히 보고는 심상치 않은 물건임을 직감한 이가 19년 뒤에 나타났으니, Sion 지역 Wallis historical museum 직원 고고학도 Pierre Yves Nicod 였다.
빙하고고학에 관한 특별전을 준비하던 그는 전체 52센티 크기에 납딱하고 찡그린 얼굴을 한 사람을 표현한 이 목조각은 대략 2천년 전 철기시대 켈틱 유물로 드러났다.
지금 보니 앞서 링크한 기사 대문사진으로 쓴 그 목각인형이 바로 이것이구나.
https://youtu.be/jijcXF4ov9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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