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 나무는 학명이 Cupressus sempervirens라
한다는데 어찌 읽어야할지도 모르겠거니와, 어차피 저거야 식물학이니 뭐니 해서 난 체 해서 먹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 짓이니 그래 그리 놀아라 제껴두고, 그렇다 해서 보통으로 부르는 명칭도 여럿이라,
지중해 혹은 그 복판 이탈리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해서인지 지중해 사이프러스 Mediterranean cypress 혹은 이탈리안 사이프러스 Italian cypress 라 하기도 한다 하며, 이탈리아 반도 중에서도 투스카니 지방에 흔하다 해서인지 투스칸 사이프러스 Tuscan cypress 라는 별칭도 있다 하며
그렇지만 그 원산지는 지중해 보다는 아마도 페르시아 이란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 암튼 그래서인지 페르시안 사이프러스 Persian cypress 라고도 한다 하거니와,
이런 것들은 다 그것이 자생하거나 탄생한 지역 이름을 중시한 것이로대 펜슬 파인 pencil pine 이라는 별칭도 있다 하는데, 이는 아마도 그 이파리가 서양 붓끝을 닮은 데서 비롯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한테도 이 나무가 들어와 있는지 자신은 없지만, 이 친구 천상 측백나무 사촌이라, 다만 측백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지중해에서 흔한 저 쭈쭈빵빵과 엇비슷한 측백도 있으니, 내가 나는 남영동 사저 미군부대 담벼락을 장식한 측백은 분명 우리 것인 듯한데, 자라기는 낙엽송을 방불한다.
저 사이프러스 나무를 소재로 삼은 예술 작품으로 젤로 유명한 이가 아마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7)일 텐데 착란병이 회복 불능에 이르렀을 무렵인가, 무슨 인연이었는지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 풍경 Wheat Field with Cypresses을 여러 점 그려제끼는데 그 시기가 말년 1889년에 집중한다.
개중 한둘은 내가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해바라기 그림과 함께 직접 대면하지 않았나 하는데, 이 친구 그림은 내가 그 일생을 모르면 모를까 아는 마당에 자꾸만 그 통이 심대하게 오브랩해서 편하게 볼 수만은 없었다고 기억한다.
그의 그런 그림들은 하나로 특화해서 Wheat Field with Cypresses 라는 표제어로 위키피디아에 별도 항목으로 독립했으니 그걸 소장처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메트랑 내셔널갤러리 것이 규모가 크고 개인 소장품은 상대적으로 작다.
완성품 기준으로 이 모티브 작품은 석 점이 알려져 있나 본데, 이들은 프랑스 남부 지중해변 고을 아를 Arles에서 가까운 생 레미 Saint-Rémy 소재 생 폴더미졸 Saint-Paul-de-Mausole 정신병원 mental asylum에 그가 제발로 입원한 1889년 5월 이후 이듬해 5월까지 기간 중 첫해 1889년에 그렸다고 한다.
비극으로 살다 비극으로 마감한 일생이고, 저 무렵이 가장 힘들었을 시기라는 배경 지식 때문이지, 어째 보는 사람 마음이 더 심란하다.
배경이 된 밀밭은 그 정신병원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알삘르 Alpilles 산맥 방향이라 하는데, 내가 저 무대가 되는 데를 포함한 남부 프랑스는 현장을 본 적 없어 그에 뭐라 보탤 말은 없다.
이런 날이 있을 줄 알았더래면 남들 다 가는 남부 프랑스 여행이나 해 볼 걸 하는 아쉬움이 지금 이 순간 급습한다.
저 그림에는 내가 알아보는 두 가지 나무가 등장한다. 하늘도 삐죽히 솟아오른 푸른색이 사이프러스요, 그보다 색깔이 더 옅은 회색빛 가미한 짤딸막 숲을 이룬 나무가 올리버 나무 olive trees 다.
내가 무에 해외를 싸돌아다녔겠는가? 아주 짧은 기간 주마간산에 지나지 아니하나, 저 지중해 권역을 다가서기 위한 키워드로 저 두 나무를 뺄 수 없더라.
지중해 전에 나는 페르시아를 잠시 다녀온 적 있는데, 식생대가 너무도 두 지역이 흡사하다는 점에서도 놀란 기억이 있다.
내가 주제 넘게 고흐를 이야기하고 싶어 이 이야기를 꺼냈겠는가?
다만 그것으로 가는 중간기착으로 고흐를 지나치지 않을 수 없어 잠시 머물며 어줍짢은 상념에 빠져봤으니, 서론이 길어져 다음 회차로 다른 이야기를 넘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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