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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상처뿐인 오른손, 왼손잡이의 비애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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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이다.


왼손 세부다.

흠결 하나 없다.


오른손이다.


흉터다.

낫에 벤 상처다.


다시 오른손 세부다.

역시 흉터다.

역시 낫에 벤 상처다.


다시 오른손 세부다.

역시 낫에 벤 상처다.

왼손엔 하나도 없는 상처가 오른손엔 열세군데가량 나 있다.

전부 낫에 벤 흔적이다.

소먹일 풀 베다가 난 상처다.

그렇다면 왜 오른손인가?



나는 쨉손이다. 왼손잡이다.

그러니 낫질을 할 때 왼손으로 낫을 잡는다.

그것이 베어야 하는 풀이나 꼴은 오른손으로 쥔다.

낫 생김을 본 적 있는가?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날이 선 각도가 현저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연장은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왼손잡이한텐 치명적이다.

그래서 번번이 벴다.

왼손잡이 낫은 없었다.

그렇다면 목장갑이라도 왜 껴지 않았냐 할 것이다.

난 장갑이 있는 줄도 몰랐다.

낫질은 으레 맨손으로 하는 줄 알았다.

매일매일 꼴을 베다 날라야했다.

사람은 굶어도 소는 굶을 수 없었다.

그건 경운기 트랙터였고, 농가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일년에 한 마리 낳는 송아지 팔아 등록금 댔다.

언제나 나는 오른손잡이 낫을 왼손에 들고는 나무를 했고 꼴을 벴다.


낫에 벤 상처는 어찌 치료했던가?

상처에다가 고운 모래흙을 얹는다. 그러면 피가 그 모래흙 위로 베어나온다. 

모래로 치료했다. 


반창고? 옥도징끼?

그건 사치였다. 

나는 반창고나 옥도징끼를 훨씬 훗날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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