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찬탄해마지 않는 모든 문화유산은 토건土建의 산물이다. 위대한 유산이라 일컫는 모든 데는 백성의 고혈膏血의 응축凝縮이다.
우리가 찬탄해마지 않는 문화유산 치고 당대에 욕쳐먹지 않은 데는 없다. 그곳은 매질이 일상이었고, 도망은 필연이었으며, 주검은 넘쳐났고, 파산으로 가는 지름길이요, 멸망으로 가는 폭주기관차였다.
진秦 제국은 만리장성 만들다, 여산 시황제 능 만들다 나라까지 들어쳐먹었으며, 신라의 최고 재벌 김대성도 토함산 중턱 깎아 불국사 석불사 만들다 파산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 멸망과 파산을 상찬한다. 달에서도 만리장성만큼은 보인다는 헛소리로,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라는 칭송으로 말이다.
단군 이래를 외치는 한민족 토건 중에 이만한 게 또 있을까 싶은 데가 있다.
새만금방조제...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였고, 단군이래 최고 국토개조였다. 전북 군산과 부안을 잇는 총길이 33.9㎞에 달하는 이 방조제는 한반도 면적을 409㎢를 늘렸으니, 글쎄다 1,400년 전 이곳에서 일대 동아시아 해전을 치른 신라군과 당군과 왜군이 부활해서 재림한다면 예가 어딘가 묻지 아니하겠는가?
단군 이래 모든 대역사大役事가 그랬듯이, 이곳 역시 참 말이 많았고, 우여곡절투성이였다.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정당 대표로 출마한 노태우는 공약으로 이를 내세웠으니, 그러다가 마침내 그의 집권 중말기 1991년 11월, 삽질을 시작했다.
애초 표방한 조성 목적은 식량 자급자족을 위한 농경지 확보였지만, 글쎄 그새 세상은 변해서 그런 구호는 온데간데 없다. 누구도 농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딩가딩가 놀자 시대가 도래했으니, 그에 맞추어 이 구역 역시 변신을 꾀하는 중이어니와, 지금 이렇다 해서 20년 뒤에도 이러할 것이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시황제가 어찌 2천년 뒤 중화민족 먹여살린다 해서 만리장성을 만들었겠으며, 그의 무덤을 그리 호화로이 치장했겠는가? 김대성이가 무슨 미래안이 있다 해서 그래 1,300년 뒤 신라를 지나 고려를 거쳐 조선을 넘어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을 테니, 내 너희한테 그 먹거리로 불국사와 석굴암을 주노라 하는 마음이었겠는가?
우연의 장난에 지나지 않을뿐이다.
참말로 곡절 많은 새만금방조제가 2006년 4월 21일, 마지막 문을 닫았다. 쉴새없이 덤프트럭들이 쏟아부은 토사 더미에 마침내 바닷물길이 막혔다. 총공사비 2조9천억원, 동원 인력 총 237만명에 동원 장비는 덤프트럭, 준설선 등을 합친 동원 설비 연 91만대, 투입 토석 총 1억2천300만㎥, 경부고속도로 4차선(418㎞)을 13m 높이로 쌓은 그 엄청난 대공사가 14년 전 이맘쯤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고했다.
참 지난한 과정이었다. 이럴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환경운동을 표방하는 반대 역시 참말로 집요했고, 참말로 그 때문에 공사는 한동안 중단해야 했으며, 참말로 질긴 법정 투쟁이 있었다.
그에서 제기한 문제들로 여전히 현안인 것도 많다.
새만금방조제가 어찌될 것인가?
다만 내가 하나 약속하는 것은 천년뒤, 아니 200년 뒤에도 유네스코가 존재한다면, 그때 이 새만금방조제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우뚝 설 것이라는 사실이다.
왜?
당대에 욕 쳐먹은 모든 대역사가 그랬으므로, 그에는 예외가 없으므로, 틀림없이 그러하리라 장담해도 좋다.
부디 이 글이 200년 뒤, 천년 뒤에도 살아남았으면 싶다. 쪽집게 도사였다는 칭송도 덤으로 듣고 싶노라.
사진이 포착한 한국현대사 되집기를 표방하는 [순간포착] 이번 호는 새만금방조제를 골라봤다.
'역사문화 이모저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도산 산불에서 살아남은 신라 마애불 (3) | 2020.04.26 |
---|---|
자살을 자양분으로 삼은 사회학 (0) | 2020.04.25 |
종법질서의 이상과 실제, 빌빌 싸는 큰아들 (0) | 2020.04.19 |
고향서 쫓겨난 예수, 불알친구는 대빵이 될 수가 없는 법 (0) | 2020.04.19 |
[순간포착] 밀가루 계란 총리서리 (0) | 2020.04.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