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이상국전집 제14권 / 고율시(古律詩)
교서(校書) 이정(李程)이 미나리 보낸 시운에 차하다 2수 이정은 이미수(李眉叟)의 아들이다.
次韻李程校書惠芹。二首 李程。是李眉叟子也。
나는 한평생 빈한에 익숙하여
요즘은 소채마저 어려웠네
그대 편지 움막집을 빛내고
그대 선물 구슬상보다 낫네
사랑하는 마음 자배와 같으니 귀한 길 어렵지 않고
맛 좋기 생선보다 나으니 반찬으로도 썩 좋아
벤 줄기 이내 자라나니
뒷날 잊지 말고 다시 보내게나
옥처럼 귀여운 것 밥상에 가득하니
다시금 그 은혜 갚기 어려워라
흙 씻어라 막 솥에 담아 삶고
쌀로 밥 지어라 도시락에 가득히
순채의 가을 맛을 어찌 생각하랴
국화로 지은 저녁밥보다 낫다오
다시는 안읍의 대추가 필요 없어
날마다 살진 저육 먹기보다 훨씬 나은걸
[주-D001] 자배(炙背) : 햇볕에 등을 쬐는 것으로 곧 임금을 생각하는 성의에 비유한 말이다. 춘추 시대 송(宋) 나라의 한 야인(野人)이 떨어진 옷으로 겨울을 지내다가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여 하루는 그의 등을 햇볕에 쪼이니 매우 즐거운 마음이 들어, 자기 아내에게 “이렇게 좋은 것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이 법을 우리 임금에게 아뢰면 큰 상을 받지 않겠는가.” 하였다. 《列子 楊朱》
[주-D002] 순채[蓴]의 가을 맛 : 동진(東晉) 때 오군(吳郡)의 장한이 낙양(洛陽)에 들어가 대사마 동조연(大司馬東曹掾)으로 있다가,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고향인 오군의 순채국[蓴羹]과 농어회[鱸膾]가 생각나서 “인생이란 가난하게 살아도 뜻에 맞는 것이 좋지, 어찌 벼슬을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수천 리 밖에 몸을 얽매일 필요가 있겠느냐.” 하고는 수레를 명하여 고향으로 곧장 돌아와버렸다.《晉書 文苑傳 張翰》
[주-D003] 국화로……저녁 밥 : 《초사(楚辭)》이소(離騷)에 “아침에는 목란(木蘭)에 떨어진 이슬을 마시고, 저녁에는 가을 국화의 떨어진 꽃잎으로 밥짓는다.” 하였다.
[주-D004] 안읍(安邑)의 대추 : 《사기(史記)》식화전(貨殖傳)에 “안읍에는 대추가 많이 난다.” 하였고, 위 문제 (魏文帝)가 군신(群臣)에게 내린 조서에는 “안읍의 대추 맛이 천하에 제일이다.” 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오양 (역) | 1980
此生已分飽酸寒。蔬菜年來得尙難。華扎無端光甕牖。珍投不啻與珠簞。愛同炙背堪鑽貴。味勝烹鮮足佐餐。刈去殘莖隨手長。莫忘時復潤枯肝。
領得盈盤碧玉寒。再三珍重報恩難。靑泥洗去a001_438a方烹鼎。紅粟炊來正滿簞。豈憶吳蓴秋有味。堪欺楚菊夕爲飡。從今不復煩安邑。絶勝肥猪日致肝。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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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이규보 당시에 미나리 반찬이 있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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