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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섬진강 변 구례로 미리 마중 나간 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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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 장날이라고 강한 비바람을 지리산록에 기상청이 경고했으니

어이한 셈인지 각오한 악천후는 도통 기미가 없고 변비 걸린 뇐네마냥 하늘은 북북 헛방귀만 끼더니

밤이 이슥해지니 계우 비바람 뿌리기 시작한다.




비바람 다녀간 지리산록은 채 가시지 않은 먹구름에 조금은 어둑했지만 이런 날이야말로 사진이 젤로 잘박히는 날이라

그대로 폭폭 박는대로 착착 감긴다.

하룻밤 유숙한 화엄사 절간 뒤로하고는 귀경길 기차시간까지 어정한 짜투리 시간이 남아 이번 남도 답사 번개 가이드 자처한 영디기 가잔 대로 구례 읍내 누빈다.




어느 집 담장 너머 더먹머리 수북히 내민 저 연두색 옹알나무 살피니 측백이라 남쪽이라 그런지 아니면 수입산인지 묘한 수형이라

내친 김에 어떤 집이냐 살피니 제법 너른 정원 갖춤 한의원이라

그 마당 한 켠엔 절정 치달은 목련 백색설탕 뿌리고 동백 한 그루 어버이날 엄마 가슴 달았음함 직한 붉음 절정이라 동백이 낙하하지 않아도 이토록 자태가 고울 수 있음 절감한다.





새참거리 음식점 찾아 하릴없이 읍내 걷는데 천지가 환해져 살피니 사쿠라라

묘하다. 가두 장식한 사쿠라 이젠 계우 터지려는 뽀두락지 신세인데 유독 이놈만은 만개했으니




읍사무소 마당 정자 등진 자태 곱디고우니

이런 풍광 이기지 못해 이곳 무대로 암약하며 걸핏이면 섬진강 팔아먹는 어떤 향토시인 이런 봄날이면 호미 팽개치고 애인이랑 봄놀이 구경하러 줄행랑 쳤다 했으니

그 맘 십분 공감하며 이 봄기운 서울로 몰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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