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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색복色服을 상징에 응용하는 21세기 독재자 김정은

by taeshik.kim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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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무슨 민영 언론매체가 있겠는가? 조선중앙통신과 로동신문, 그리고 조선중앙TV가 대표하는 관영매체만 있을 뿐이며, 그를 통해 양산하는 모든 이미지는 권력의 개입이 있기 마련이라, 그 자체를 김정은 자신이 직접 통제하기도 하겠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이데올로그들이 있다. 

저와 같은 파시즘 사회에서는 이미지를 활용한 상징화 작업이 더욱 노골일 수밖에 없으니, 내가 저와 같은 북한 권력을 볼 적마다 느끼는 점 몇 가지가 있어 여전히 첫째 청각보다는 시각에 의존한다는 느낌을 지울 길 없고, 둘째 그런 시각은 언제나 색복色服 중심주의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와 관련해 아마도 많은 이가 그럴 텐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창기에 의욕으로 추진했다가 말짱 꽝이 나버린 이른바 남북화해 무드 국면에서 그의 목소리를 처음 접한 이가 많을 것이로대, 이런 사정이 북한 주민들이라 해서 크게 다를 바는 없다고 나는 본다. 

역사를 통괄하면 거개 그렇듯이 dignity는 신비와 미지에서 유래한다. 육성은 그 신비와 미지를 깨기 마련이라, 간단히 말해 그 직접 노출은 산통 깨기 십상이다. 저런 독재자들은 언제나 메시지가 추상적이어야 하며 모호해야 하니 그 메시지는 단 하나가 아닌 여러 뜻으로 소화되어야 한다. 단 하나로 수렴하는 메시지는 간단명료해서 좋지만 해석의 여지가 없어 신비와는 거리가 멀다. 

이는 결국 청각보다는 시각에 의존하게 만든다. 두 감각은 언뜻 정비례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반비례다. 이런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데가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성향 사회다. 다만 전체주의 흐름을 볼 적에 근현대 국민국가에서 초창기엔 청각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니, 이는 아마도 대중매체 혹은 기술발달과 밀접하다 하겠으니, 그때는 확성기와 마이크가 대표하는 시대라, 독재자의 청각 노출이 압도하는 시대였다. 

관영매체를 통해 노출하는 김정은을 볼 적마다 나는 언제나 저 친구가 헐리우드 영화에 너무 심취했다는 말을 하거니와, 때로는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노출한 그 시각 이미지 역시 적지 않은 흔적을 보인다는 점을 나는 이채롭게 바라보는 중이다. 

 

어제인가? 이른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에 성공했다면서 그를 직접 참관한 직후 모습이라며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정은이라, 저 가죽잠바 패션을 보고는 많은 이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 남성마초주의 그것을 읽어낸다. 구체로 보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 딱 그것이다. 혹자는 어벤져스를 읽어내겠으며 혹자는 범죄와의 전쟁을 읽어내리라.  

 

 

저런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이미지가 다 정치성을 농후하게 띠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거니와, 북한의 최고권력자에 대한 이미지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전통시대 군주와 대중매체시대 독재자, 특히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그 얼굴을 직접 드러내는가 아니하는가로 갈라지거니와, 국민국가 시대에 독재자가 전통시대 그것과 현격히 다른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북한 관영매체는 왜 저 시계 보는 김정은을 노출했을까? 이미지를 봤을 적엔 미세먼지 극심한 날이라, 선글라스는 실용성은 없었을 듯한데 왜 선글라스를 굳이 꼈을까? 가죽잠바에 선글라스, 그리고 시계. 

 

 

이 구도 역시 북한 관영매체가 매우 선호한다. 저번 무슨 발사 장면에서도 똑같은 구도를 잡았다. 

 

 

이건 보나마나 칭기스칸 흉내를 낸 것이다. 실제 칭기스칸이 백마를 즐겨 탔는지 내가 기억에 없으나, 저 이미지는 딱 그것이라 이 경우는 흑색 반대편에 위치하는 백색이 주는 강렬함을 활용했다. 

실제 바닷가 백사장에서 찍었는지 아니면 합성인지는 확인 불가하나,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는 김정은은 태양은 오직 절대군주만이 마주하며 그와 대화하며 그의 뜻을 지상에서 대리하는 유일자라는 동아시아 고래의 독재론에 뿌리를 박는다. 

나아가 전통시대에나 통용할 법한 색복의 상징을 유감없이 활용한다는 점이 나로서는 신라시대의 부활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색복이란 무엇인가? 차별이다. 구별이다. 경계짓기다.

계급별 등급별 색깔과 복식을 확정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 그 색복이 21세기 북한에서 통용한다. 

 

 

김정은을 모르는 사람도 저 색복 하나로 그가 누군지 직감한다. 그는 언터처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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