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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세계유산으로서의 남한산초등학교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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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순진한 시절이 있었다.
문화재 보존 보호를 개발과 대치하곤 그 어떤 삽질도 문화재 보존보호의 적으로 설정한 시대가 있었다.

삽질공화국! 
그것은 적어도 문화재 분야에선 맞서 싸우고 퇴각케 해야만 하는 괴물이었다.

문화재 가치를 코어 원형으로 설정하던 시대 이야기다.

남한산성 내 유일한 학교인 남한산초등학교. 
1912년 개교이니 그 역사가 물경 백년이 넘는다.

이 초등학교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한산성의 문화재 가치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가?

왜 그런가? 


이 학교 정문이다. 화면 전면을 이쪽에서 바라보는 기준 왼편 남한산초등학교 간판 아래 빛바랜 안내판 하나가 있다. 



남한산초등학교 정문은 남한산성행궁이 방치되어 있었을 때 한남루에 사용되었던 장초석을 사용하였으나 100년 동문들의 뜻을 모아 2010년 행궁 중건시 원래의 위치로 환원하였고 그 모양 그대로 다시 제작하여 지금의 정문으로 사용하고 있다. 

2011년 10월 

남한산초등학교 동문 일동 

그 이전 이 학교 정문을 보긴 했지만, 그 모습을 자세히 기억할 수는 없기에 저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초등학교가 남한산성 행궁에서 나뒹구는 석재 일부를 주어뽑아다가 정문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듯하며, 그러다가 나중에 남한산성 행궁이 발굴 복원되고 이어 세계유산 등재까지 추진하니, 그 석재들을 본래 자리로 반환했다는 뜻인 듯하다. 


그래서 남한산초등학교는 문화재인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깍지다. 


남한산성에는 비단 이 초등학교만이 아니라 그 주변 일대로 무수한 근대의 유산들이 존재한다. 천주교 순교비도 있고 교회도 있다. 

종래, 솔까 종래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 문화재 현장에서도 아직 이런 경향은 농후한데 문화재 핵심가치를 원형에만 고정하는 관념에 의하면 저들 초등학교나 순교비 따위는 그 핵심 혹은 원형을 훼손하니 없애야 할 종기다. 


나는 언제나 문화재(가치)를 논할 때, 현재에서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곤 한다. 해당 문화재 가치는 철저히 현지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나아가 반대편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남한산성이란 무엇인가?

종래의 압도적인 고고학적 견지에 의하면, 조선 인조 때 남한산성 축조 당시의 그것만이 핵심 가치이며 그것만이 원형이며, 기타 이후 켜켜한 남한산성 역사는 종기가 된다. 


실제 무수한 문화재 현장에서 저와 같은 고고학적 원형주의가 망령을 떨쳐 무수한 문화재현장에 살처분되었다. 


고고학을 한다는 놈들

건축학을 한다는 놈들 

다름 아닌 이 놈들이 이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나는 매양 말하기를 고고학을 한다는 것과 문화재를 한다는 것은 전연 다르다 했다. 

고고학자가 문화재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도 계속 한다. 

고고학을 한다는 것이 어찌 시건방지에 문화재를 하는 일과 등치하리오?


고고학과 문화재는 전연 다르다. 합집합 부분집합 관계도 아니다. 

고고학은 그네가 겨냥하는 핵심 가치 혹은 원형을 찾아 그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깔아뭉갠다. 

발굴에 방해가 된다 해서 나무를 싹뚝 베어버리는 것은 약과요 

비록 쓰레기 고고학이라 해서 근자 이상한 고고학 만능주의를 환기하는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문화층 끝을 봐야 한다며 근현대기 이래 켜켜한 층은 확 까버리고 생토층까지 파고야 마는 것이 작금의 고고학이다. 


남한산초등학교는 남한산성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에는 남한산성 지난 100년의 역사가 온축한다. 

장대석을 뽑아다 정문을 써서?

웃기는 소리다. 


저 남한산초등학교는 남한산성 지난 100년의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다.  남한산성 지역공동체 일원으로서 당당히 그 역사를 써온 주체다. 그것은 남한산성 핵심가치를 훼손 파괴하는 군더더기가 아니다. 그것은 남한산성을 자양분 삼아 지난 100년을 온축한 남한산성의 근현대사의 온축이다. 


내가 보니 문화재와 상충하는 것은 개발이 아니다. 

다름 아닌 고고학과 건축학이 적이더라.


문화재를 망치고 훼손하는 주범은 고고학과 건축학이더라. 

이놈들 손에 남아난 역사가 없다. 

신라시대 흔적과 구조를 찾는답시며 나정에서 그 무수한 소나무 숲을 쏵 밀어버리고 

비각을 없애 버린 놈들이다. 

숲과 비각이 사라짐으로써 조선 순조연간 이래 경주 나정 1600년 역사 중 근현대 200년 역사가 말살되고 말았다. 


말한다. 

문화재를 해야지 

어찌하여 

고고학

건축학을 

한단 말인가?


말한다. 

문화재는 철저히 지금 현재 이곳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곳을 살고 향유하는 사람과 그 공동체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들을 몰아내고 빈껍데기만 남기고서 잔디밭 심는 일이 문화재인가?

나는 이런 문화재는 거부한다. 

고고학 건축학 역시 이런 시대 사명에 복무해야 하며 

지난날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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