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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소위 식민사관의 역설, 그것은 일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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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외우 신동훈 교수가 식민사관 문제를 다뤘거니와,

꼭 그 말이 아니라 해도 내 세대는 일본이 한국사에 대해 규정한 저 식민사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따갑게 들었으니,

우리 스스로가 규정한 그 식민사관이란 것을 구체로 보면

정체성, 타율성, 당파성 이 세 가지가 삼각편대를 이루니, 그리하여 한국역사학은 그것을 극복한답시며 반세기를 전력투구했다.

그리하여 천지사방에서 한국은 정체된 것이 아니라, 단군조선 이래 끊임없이 변모 발전했다는 역사를 만들어내고, 그 일환으로 조선후기로 들어오면서 상업도 발달하고, 농업도 지주제 경영으로 가는 자본주의 맹아를 틔우고 있었다 하는가 하면

타율로 살지 않았음을 증명하고자, 묘청도 끄집어 내고, 또 그것을 구성하는 조공책봉도 실상은 달라 우리가 갖다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은 실리외교였다 포장하기도 했으며

당파는 현대 정당정치 선구가 된다는 어떤 미국인 연구자 주장을 메시아 재림으로 맞듯이 박수갈채로 환영하며, 그에서 벗어날 희망의 빛을 비로소 보았던 것이며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식민사관에서 벗어났다고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안다. 저런 주장이 나온 이유를.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저런 주장을 들고나왔겠는가?

하지만 저걸 극복한다며 제창한 저런 주장 이론들은 형용모순을 자아냈으니

첫째, 조선 혹은 대한제국이 망한 것은 소위 식민사관이 규정한 저런 이유들이 가장 큰 요인이 된 것만은 하늘이 두쪽 나도 변함이 없다.

조선이 왜 망했는가? 식민사관이 규정한 저 짓거리 일삼다 망했다. 무슨 다른 이유가 필요하겠는가?

둘째, 저걸 식민사관이라 해서, 일본제국주의 혹은 그에 복무한 일본인 연구자들이 집중 주장했다 하지만, 천만에. 그 시절 한국 역사학도들도 저런 진단에서 하등 차이가 없다.

저런 식민사관에 맞서는 한국민족주의 역사학으로 박수환호갈채한 단재사학? 백암사학?

신채호건 박은식이건, 조선은 다 저 꼴로 한심한 짓거리만 일삼다 망했다고 진단했다.

저 식민사관이라는 괴물, 가장 잘 들어맞는 데가 다카하시 토루 같은 식민지시대 조선인 연구자들이 아니라, 실은 단재사학이다.

따라서 우리가 말한 식민사관 극복은 실상 단재사학 극복이라는 희대의 코미디를 빚고 말았다. 

역사는 겨울철 살얼음과 같은 물거울이다. 그 역사는 냉혹하게 마주해야 한다.

역사는 인 것을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인것을 이라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조선이 왜 망했는가?

저 식민사관이 규정하는 저 이유들 말고 더 나은 이유를 나는 찾을 수 없다.

식민사관?

맞다! 저들의 주장 어디 하나 틀린 데 있단 말인가?

 

서재필

 
그렇다면 왜 대한제국은 제아무리 덜떨어졌다 해도, 왜 영은문을 헐어버리고 독립문을 세우고는 중국과 대등한 외교관계를 선언했겠는가?

갑신정변 실패 이후 일본으로 망명했다가 미국으로 들어가 한참만에 미국시민으로 들어온 서재필이 사자후처럼 쏟아낸 목소리를 새길 때다. 

한국문화 진정한 혁명아는 서재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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