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네 마디 성어成語는 흔히 말하기로는 전국시대 말기 이른바 법가 계열에 속한다는 한비자韓非子를 출전으로 삼는다 하지만, 비단 법가 혹은 병가兵家가 전유하는 코드는 아니었다.
저 성어 구조를 보면 信賞 / 必罰 이라, 상賞과 罰이 댓구이듯이 信과 必 또한 댓구라서 실은 같은 뜻이거니와 이 경우 信은 진실로 혹은 모름지기에 해당하는 부사 상당어로 봐야 한다.
저 말은 공을 세우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상을 내리고, 죄를 지으면 모름지기 그에 상당하는 벌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거니와
저 한비자 보다는 약간 앞선 시대를 살다간 손빈孫臏이 지었다는 그의 병법서 손빈병법孫臏兵法을 보면 상벌은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전기田忌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夫賞者,所以喜眾,令士忘死也;罰者,所以正亂,令民畏上也。
라 하거니와
무릇 상이란 여러 사람을 기쁘게 하는 방법이라 그것으로써 군사가 죽음을 무릅쓰게 합니다. 벌이란 어지러움을 바로잡는 방법이니 그것으로써 백성이 윗사람을 경외하게 만듭니다.
다시 말해 상은 기쁨을 주는 것이요 벌이란 두려움을 주는 것이라는 말이어니와
저에서 중요한 지점은 賞이 자기 목숨을 초개 같이 버리게 만든다는 논급이다.
저 상벌, 특히 상을 톡톡히 함으로써 자기 수하들을 잘 부려 본인을 대신하여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대표가 김유신이다.
자고로 장수가 국경을 벗어날 때는 군주의 명령도 듣지 않고 상벌도 독단으로 처리하거니와, 이는 현지 사정을 모르는 본국 정부가 지 맘대로 결정하면 전쟁을 망치기 십상이라 그러하니,
실제 김유신은 국경을 벗어나 고구려로 진격해 평양성에서 분전하는 고구려군에 군량미 수송을 책임지는 사령관으로 출전해서는
특공대를 선발해 적진을 뚫고 들어가는 데 성공한 자기 부하들을 특권으로 두 계급이나 승진케 하니, 그러니 이런 주군을 위해 그들이 어찌 목숨을 아낀단 말인가?
주군이 나를 저 정도로 믿으면 그 부하는 목숨까지 버리는 것이다.
저 정신이야말로 근대국민국가가 개막하면서 애국심 patriatism으로 발현하는데 애국심이란 무엇인가?
국가를 위해 내 목숨 초개 같이 버리는 일을 말한다.
가장 섬뜩한 국민국가 논리가 바로 애국심이다.
이 애국심을 발현하고자 국민국가 이데올로그들은 분발 발심하게 되는데, 그에서 가장 크게 고민한 이데올로그가 장자크 루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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