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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스토리는 무형의 자산, 열암곡 부처의 경우

by 신동훈 識 2025.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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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고고학에 관련된 논란은 되도록 글을 쓰지 않으려 한다. 

필자 생업과도 관련이 없고, 필자가 지금까지 해온 연구 업적은

어디까지나 의대 교수로서 하다 보니 그리로 팔이 길어져 확장된 것이지 

필자의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메타인지는 확실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래 자빠진 부처님 다시 세우는 문제는 필자가 평소 생각해온 부분과 맥이 닿는 부분이 있어 조금 써 본다. 

우리 사회의 경우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한데

우리는 스토리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데 무척 인색하다. 

이는 복구, 복원을 보는 우리의 시각과도 관련이 있는데,

예를 들어 현재 우리가 접한 것이 폐허라면

그 폐허에 깃들어 있는 스토리가 있는지 면밀히 봐야 한다는 말이다. 

이 스토리가 그 폐허에 녹아 들어 있다면 필자는 

섣불리 복구, 복원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부분이 없다면 조금 더 과감하게 복구, 복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흔히 "발굴은 그 자체가 파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지만, 

복구와 복원 역시 그 자체가 파괴라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여기서 복구와 복원이 파괴를 한다면 그 대상은 

결국 현재 그 유적과 유구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다. 

이 스토리는 눈에 안보이는 것으로 가치를 평가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눈에 안보이는 것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치환하려는 이들에 의해 매우 쉽게 부서져 버린다. 

자빠진 부처님이 딱 바로 그런 경우인데

이 부처님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는 결국 자빠졌을 때 코가 닿을락말락하게 아슬아슬하게 멈췄다. 

이거를 무시할 수 없는 스토리라 생각하는데

바로 세워버리면 그 자체로 이 스토리는 더이상 존재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아니겠는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스토리를 평범한 직립 불상으로 돌리는 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이익이겠는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할 것이라 봐서 간단히 써 보았다. 

 
*** [편집자주] ***
 
물론 불교라는 종교로 바라보면 저와 같은 상태 방치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같은 불교라도 다른 측면에서 볼 수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저 태국 사원 헤드락 당하는 부처님이라고 용납하지 못한다?

 

[대충대충 신라] 짜리몽땅 열암곡 불량 부처님과 진덕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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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신라] 짜리몽땅 열암곡 불량 부처님과 진덕여왕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은 간단히 불량품이지만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 무릎까지 내려온 팔이다.저기선 오른팔이다.저 부처님 비례가 급격히 무너진 이유가 저 때문이라 나는 본다.삼국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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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신라] 시작은 창대했으나 흐지부지 짜리몽땅으로 끝난 열암곡 부처님

https://historylibrary.net/entry/daechungdaechung

 

[대충대충 신라] 시작은 창대했으나 흐지부지 짜리몽땅으로 끝난 열암곡 부처님

이 멋지게만 보이는 부처님이 실은 사진작가 우롱 농간이라는 말 여러 번 했거니와 5센티미터의 기적이라 해서 나 또한 농간 쳤으니, 그래 맞다, 나 역시 저 농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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