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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3) 떠나는 자, 남은 자

by taeshik.kim 2023.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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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서 열린다는 고고학전국대회인지 뭔지에 얼굴 비친다고 기차로 고창서 상경한 영디기를 쳐박은 모텔이다.

한잔 빨고 있을지 골아떨어졌을지는 모르겠다.

대회 참가자들이 사당역 인근 모텔들에 대체로 아지트를 틀었는지 모르겠지만 가뜩이나 번화한 그쪽은 아홉시 전까지는 쉬어가요 손님 받는 바람에 투숙도 하지 못한대서

남영동 사저서 직선 거리 오십미터인 저짝을 소개하고선 밀어넣었다. 가끔 경주 오작가도 이용하는 이 모텔은 그런 번다함이 없어 내가 지인들을 소개하는 곳이지만 들어가본 적은 없다.

장흥 촌놈이 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문화재, 개중에서도 발굴과 그 활용이라 해서 맨 돌이나 깨고 그렇게 깬 돌로 나무 쪼아 움막 짓는 일을 천직으로 아는 친구다.

근자 강요 백수가 된 춘배랑은 나이도 같고 나 또한 형 행세하지만 친구로 지낸다.

동고동락한지 오래다.

활용용역업체랑 발굴법인 차리고선 계열사 회장으로 행세하지만 가뜩이나 불경기에 버텨나간다 용을 쓰는 모습이 안쓰럽고 그러면서도 존경스럽다.

사업을 하기엔 크리미널 마인드가 없어 언제나 아쉽지만 그래도 묵묵히 응원한다.

내일 새벽 떠나니 짐을 싸야 한다는 핑계로 일찍 일어나고선 몹시도 신경쓰여 모텔 앞을 잠시 서성이며 쓴다.

나야 저리 두고 가서 안타깝지만 저야 대책없이 이역만리로 떠나는 내가 안쓰러울 것이다.
 
오사카 혹은 나라 어느 호텔에 쳐막혀 청승 떨고 있을 충배도 그렇고, 훗날 웃으며 이야기할 오늘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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