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 오래가는 친구가 있다. 천안 사는 삼십대 총각은 2017년 해직 막바지 유럽여행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만나 이후 사흘을 같이 보내며 친해지고
수니온베이 가서는 둘 다 배탈이 동시에 나는 바람에 포세이돈신전 근처 다른 신전터 우거진 올리브나무 아래서 함께 생리를 해결하고선 고이 사막에 흔적일랑 묻어두었으니
이 수니온 변우便友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고 가끔 서울로 불러올려 밥도 묵고 또 내가 천안갈 때도 그리한다.
보통 이랬다. 이듬해 유럽여행에서도 그런 친구들을 가는 데마다 만들곤 했다.
한데 이번 여행에선 이십일이 넘도록 그런 한국인 하나 못 만나고 가는 게 아닌가 했다.
어제 몰타 발레타 유명 성당을 들어서는 길목에 한국인 처자 둘을 만났다. 듣자니 이곳에서 단기 영어 어학 연수 중인 대학생들로 이번 주에 두 분 다 귀국하신댄다.
몰타만 주구장창 뒤지고 다녔댄다. 이런저런 몰타 정보도 얻으니 좋고 무엇보다 한국사람다운 한국사람을 실로 간만에 상봉하니 그 기쁨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더구나 아들놈과 같은 대학생들이라는데 그 반가움이 더 클수밖에 없었다.
입장료를 내가 계산한 보답이라며 커피 한 잔 계산한댔는데 너그 아부지 돈이면 안 얻어먹는다 했더니 둘 다 알바해서 벌어서 연수왔다는데 그게 더 기특해서 커피는 얻어먹었다.
들어오기 전에 몰타가 요새 미국 영국을 대체하는 영어 어학지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한다.
미국 영국으로 보내자니 학비가 만만찮고 무엇보다 미국은 마약 우려가 커서 대체지로 몰타가 급부상 중이라는데 그런 생생한 실례를 저 젊은 처자들한테 봤으니 더구나 본인들이 돈 모아왔다는데 기특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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