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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헤 이야기[The Story of Sinuhe], 어느 반란 연루자의 자기 변명

by taeshik.kim 202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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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 완역 해설 시누헤 이야기





시누헤 Sinuhe 이야기 [The Story of Sinuhe] 는 사네하트 Sanehat 또는 산하트 Sanhath 라고도 하는 고대 이집트 문학 작품이다.

아메넴하트 1세 Amenemhat I (센보스레 1세 Senwosret I 라고도 한다)가 죽은 후 제12왕조 초기에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궁정 관리로 일하다가 왕의 죽음과 새로운 왕의 등장 시기 신변 불안에 자기 왕국을 떠나 지금의 레바논 땅으로 도망쳐 들어가 오랜 동안 타지 생활을 하다 죽기 직전 파라오의 사면으로 이집트로 귀환한 이집트 남자 시누헤 일생을 1인칭 시점으로 다룬다.

뭐 이집트라 해서, 더구나 대략 4천년 전 그 시절이라 해서, 파라오니 뭐니 해서 유별난 세상, 곧 인간보다 신들이 지배하는 세계를 살아간 시대라 해서 유별나게 생각할 필요 눈꼽 만큼도 없다.



시누헤 망명 루트라 해서 유성환 박사가 재구한 지도



그네들도 충분히 이성을 갖춘 사람들이고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냉철 냉혹하기 짝이 없으며, 말끝마다 왕과 신들의 가호를 빌었다 하지만, 천만에.

세상이 신들의 가호 혹은 파라오의 배려로만 돌아가지 않음을 그 시절 이미 그들은 알고 있었다.

시누헤 이야기가 사천년 뒤 지금,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삼는 무수한 판타지물이 쏟아지는 지금 지닌 의미는 그에 대한 명확한 고발, 곧, 그 시대를 배경으로 삼는 무수한 대중매체물의 이미지 조작에 대한 반박이다.

신의 섭리와 자비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탐구한다? 따라서 나는 그리 보지 않는다.

각설하고 가장 오래된 사본은 기원전 1800년 무렵 아메넴하트 3세 Amenemhat III 통치 기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는데, 이 이야기가 고대 이집트에서 인기가 있었는지 그로부터 750년 후에도 새로운 사본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다. 



유성환 박사 지도와는 약간 다른 시누헤 도망 루트



화자는 그 자신이 나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시누헤 자신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시누헤 라는 사람 일생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의 족보, 가문 배경, 성장 과정은 전연 보이지 않는다.

다만 서두에서 이미 나는 궁정 관리라 해서 그에서 시작하고, 그에서 촉발되어 지금이 나일강 하류 삼각주 서안 어딘가로 군사 정벌을 떠난 왕태자를 수행하던 중에 수도에서 들려온 소식, 곧,

지금 왕이 죽었으며, 그에 따른 수도에서의 쿠데타 음모 기운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목숨을 부지하고자 외국으로 망명 생활을 택하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해

망명 과정, 그리고 지금의 레바논 땅에 정착해 그쪽 권력자 후원을 등에 업고 사위까지 되어 출세하고서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지만, 

노년에 이를수록 수구초심 고향을 잊지 못해 백방으로 귀환을 준비하다가 마침내 왕의 은전이 베풀어져 이제는 고국으로 돌아와서 여기서 호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라는 그 소식을 듣고는 금의환향해서 기쁨에 계운 그 장면, 곧 하느님 만세 대왕폐하 만세 삼창으로 끝을 맺는다. 


유성환 박사 지도와는 약간 다른 시누헤 도망 루트



이 이야기가 나름 이집트 사회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다 하는데 왜 그럴까?

첫째 망명문학 어드벤처 문학인 까닭이다.

이 망명은 그때나 지금이나 낭만과 동일시한다. 그런 낭만성이 있다.

더구나 외국 가서 출세하고 그쪽 왕의 사위가 되어 출세했다는데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먹힌다.

방랑은 그걸 감행하는 사람한테는 고역이지만, 그것을 객관화해서 즐기는 사람한테는 언제나 거부할 수 없는 단맛이다.

그 단만을 MSG 잔뜩 쳐바른 것이 시누헤 이야기다. 

둘째 정치음모 소설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소설과 사기史記 사이를 끊임없이 줄타기 한다.

어디가 사실이고 어디가 상상력 산물인지 경계가 모호하기는 하나, 시종일관 팩트를 기반으로 삼아 전개하는 정치드라마다.

그에는 음모가 있다. 이 음모야말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영원한 마약이다.

물론 그 음모가 구체로 드러나지는 아니하나, 또 부러 화자가 그 음모 실체를 숨기기는 했지만 시종 일관 그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이 그것이다. 


셋째 왕실 세계의 폭로다.

그렇다 해서 이를 고발소설로 분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에서는 파라오 왕실 세계가 부족하지만 특히 말미에서 장대하게 펼쳐진다.

그 대미를 장식하는 그의 귀환장면에서 왕궁을 펼쳐놓는다.

그렇다 해서 그렇게 펼친 세상이 한漢나라 때 사마상여니 양웅이니 하는 이른바 어용 부賦 작가들이 펼치는 과장 가득한 그런 신세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나, 그 일단이 드러난다. 


정리하면 이 이야기는 시누헤 자신의 과오 혹은 실책이 빚은 일생에 대한 전복이다.

다시 말해 이 이야기는 시누헤의 문학 쿠데타다.

궁정 관리 시누헤는 지금 파라오의 죽음과 새로운 파라오의 즉위라는 정치 격변기에 왕궁으로 복귀하는 왕태자를 왜 수행하지 않고 망명을 선택했을까?

내가 보는 한 시누헤는 반란에 연루됐다.

그것이 음모에 의한 누명이건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건 그는 분명 왕태자를 몰아내고 새로운 왕자를 옹립하고자 하는 쿠데타 음모 세력에 연루되었다.

그래서 부왕父王의 급서 소식을 듣고는 전쟁터에서 급거 도성을 향해 복귀하는 왕태자를 수행하지 않고 그에서 몰래 빠져나와 시나이 반도와 지금의 수에즈 운하 지대를 통과해 레바논 땅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레바논 땅에서 펼친 친親 이집트 활동이라고 시누헤 자신이 이 이야기에서 장황히 늘여놓은 언설들은 모조리 페이크다.

그는 이 죄과를 씻고 사면복권을 받고자 망명지서 부단한 활동을 전개한다.

이 복권을 향한 몸부림을 시누헤 자신은 숨길 수밖에 없었으나 그 의도 혹은 그를 위해 본국을 향해 전개한 집요한 공작은 충분하지 아니하나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그 자신의 사면 복권을 위해 엄청난 뇌물을 썼다.

물론 그랬다는 이야기는 숨길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그랬다.

오가는 이집트 사신들 편으로 계속 돈을 댔고 기타 그것이 아니라 해도 다른 통로로도 계속 본국 정부 권력자들을 향해 선을 댔다.

그가 의도한 사면복권은 마침내 그가 죽기 직전 이뤄진다.

이 장대한 살고자 하는 한 망명인 이야기가 시누헤 이야기다.

이것이 근자 국내 정통 이집톨로지스트 유성환 박사가 완역한 《시누헤 이야기》(휴머니스트)를 완독하면서 느낀 것들이다.

물론 저와 같은 내 이야기는 유성환 박사의 생각과는 전연 무관하다.

순전한 내 이야기이며, 내가 느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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