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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식민지반봉건사회에서 식민지근대화론으로

by 초야잠필 2023.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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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 기억으로는 오늘날 소위 말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분들 선구는 80년대 당시까지도 "식민지반봉건사회"를 주장하는 양반들이었다.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이 뭐냐. 쉽게 말해서 해방이후 남한 사회는 자본주의 국가도 아니고, "미국 식민지인데다가 봉건사회도 완전히 탈각못한 반봉건사회쯤에 해당한다"는 소리가 되겠다.

오늘날 식근론 원조격인 양반이 실제로 이런 주장을 했고 이 주장은 80년대 이전, 우리나라 인문과학 사회과학 서적들만 봐도 수두룩하게 실려 있으니 더 말하지 않겠다. 

이런 식민지반봉건 사회론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조만간 외채 때문에 망하는 것이고, 전혀 자주적이지 않고, 미국의 식민지 매판 경제이기 때문에 더이상 성장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그럼 그 당시 식민지 반봉건 사회론을 주장한 사람들 경제모델 대안은 무엇인가? 이 부분은 뻔한 이야기라 더 쓰지 않겠다.

그 당시 이 양반들이 모델이라고 한 나라는 휴전선 이북에 있는데 삼시세끼 끼니 하나 해결해 주는 게 나라의 목전 과업이다. 

80년대가 지나고 90년대에 접어 들때쯤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을 주장한 양반들이 남한사회의 경제성장이 "허상"이 아니라 "실제"이고 앞으로도 망할 징조가 전혀 안 보이기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생각을 바꾸어서는 "식민지근대화론"이라는 것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서 해방이후 남한의 성장은 실체가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망할 가능성이 없고 이건 진짜 근대화가 이루어진 것인데, 그 근원을 따지자면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 

나는 뭐 그 당시에도 코 찔찔이 의대생에 불과했다만 그 소리 듣고 혀를 찼다. 

아마 죽어도 50년대 이후 남한사회의 자생적 발전에 그 연원을 주기는 억울했던 탓으로 밖에 안 보였는데, 인문 사회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기억하고 있었던 해방이후의 경제성장은 다 어디다 팔아 먹어버리고 근대화의 기원을 굳이 일제시대까지 소급해서 남한의 경제 성장은 따지고 보면 일본 덕이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인지 정말 기가 차지도 않았다. 

한국이 왜 잘 살게 되었고 그게 언제부터인가 하는건 그냥 나이 80~90살 정도 자신 영감님들께 여쭤보면 된다. 

그 양반들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그게 진실이다. 

 

필자가 언젠가 이야기한 사회구성체 논쟁이라는 90년대 초반 논쟁같지도 않은 논쟁으로 결론도 안내라고 도주했던 엉터리 대논쟁의 한 축을 식민지반봉건사회라는 주장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쉽게 말해 한국사회가 미국식민지요 반쪽짜리 봉건사회라는 것이다. 아무리봐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박박 우기다가 그 중에 일부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그냥 주장을 접고 사라졌고 (하지만 아직도 이 중 일부는 정치판을 돌아다닌다) 나머지는 느닷없이 식민지근대화론을 부르짖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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