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전시 중단 아이치트리엔날레 "내작품도 전시말라" 잇따라
송고시간 | 2019-08-15 09:30
행사 참여 90여팀 중 11팀 "전시 철회" 요구…아이치현 "770통 협박 이메일 받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도, 그런 억압의 기제로 스스로를 묶어버린 아이치트리엔날레가 제대로 작동할 수나 있겠는가?
더구나 그들이 말도 되지 않은 이유를 들어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한 그 자리가 '표현의 부자유'를 내건 주제관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 파국은 누구나 예견가능한 일이었고, 실제 꼴이 그리 흘러간다. 우리 공장 도쿄지국 보도에 의하면, 그에 분노한 다른 작가들이 그네들 작품도 스스로 빼가기로 했다고 한다.
트리엔날레triennale란 2년마다 개최하는 비엔날레Biennale에 견주어 3년마다 개최하는 미술전이다. 아이치(愛知縣)트리엔날레란 그 명칭이 시사하듯이 일본 아이치현이라는 현정부가 주도하는 행사다.
이 아이치현 지도를 보면 이곳은 동경과 대판 중간 지역임을 안다. 주축 도시는 나고야다. 이번 소녀상 철거는 각종 이유를 달아 나고야시장이 아이치현지사한테 건의하는 형태를 빌려 결정된 구조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현정부가 무슨 의도로 이 행사를 애초에 계획하게 되었는지는 내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트리엔날레를 표방하는 점으로 보아, 이 지구상 거의 모든 비엔난레와 트리엔날레가 그러하듯이, 이 역시 베네치아비엔날레를 모델로 삼아, 그에 버금하거나, 그것을 능가하는 국제적 위상의 미술전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것을 주최하는 사람이나 기관은 있기 마련이다.
아이치현트리엔날레 역시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이들 역시 연륜을 차츰 쌓아가며, 그런대로 국제적 위상을 구축해 가는 중이었다. 그런 아이치비엔날레가 병신짓을 했다.
이제 그 누가, 그 어떤 작가가 이 트리엔날레에 출품하겠으며, 그 어떤 작가가 그 초대에 응하겠는가?
이 대회는 망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아이치트리엔날레가 얻은 것은 부자유요, 잃은 것은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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