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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아일랜드 답사개요 (3) 예이츠의 숨결 슬라이고 Sligo

by taeshik.kim 2019.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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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너머로 들어온 벤 불벤 Ben Bulben 산

 

1. 슬라이고 : 8. 28~29 

 

Causeway 코즈웨이를 떠나 뜻하지 않은 Dunluce Castle 던루스 성을 거쳐 남쪽으로 계속 내달려 마침내 Sligo 슬라이고에 입성했다. 7시가 넘었는데도 해는 지지 않았다. 

 

조수석에서 겨우 버티다가 언제쯤인지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조수가 자면 운전자가 어찌 버티느냐"며 일행들이 흔들어깨우는 통에 눈을 떴다가 왼편으로 이상한 산이 보였다. 아일랜드는 드넓은 목초지 평원이 발달해 산을 구경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데, 내가 눈을 뜬 주변으로 비록 해발은 높지는 아니하나 분명 마운틴 mountain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한 산들이 보였다. 

 

그렇게 눈길에 들어온 산. 그랬다. 그건 Ben Bulben 벤불벤 산(벤벌빈 이라 읽는 듯하고, 실제 현행 외래어 표기도 그렇게 하는 듯하다)이었다. 예이츠가 노래한 그 산, 벤 불벤이었다. 아일랜드 땅이라곤 한 번도 디딘 적 없는 내가 그것이 벤 불벤임을 직감한 까닭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슬라이고에 이런 산이 있고, 그곳이 하도 기이해 가볼만한 곳으로 점찍기도 한 까닭이었다. 

 

저 산을 Benbulben 이라 붙여쓰기도 하고, Ben Bulben 이라 띄어쓰기도 하던데, 예이츠는 후자로 쓰더라. 틀림없이 아이리시, 그 뿌리인 켈틱어일 듯한데, 그 내력을 아직 내가 찾아보지는 못했다.  

 

 

 

그 생김새가 하도 특이해 사진이라 해도 한 번 보면 쉽사리 그 여진이 사라지지 않는다. 내일은 슬라이고 시내 몇 곳을 둘러보고는 다시 남쪽 Galway 골웨이를 향해 짐을 싸야 하는 까닭에, 슬라이고 북쪽인 곳을 부러 찾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차를 급히 세우고는 원경으로 그 산을 몇 컷 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혹 좀 더 여유 있는 분들이라면 벤 불벤 산은 등반도 권해본다. 예이츠 시를 보면 저 산을 bare, 곧 잡목도 없는 민둥산이라 묘사했거니와, 실제로도 그러해 온산이 맨땅 아니면 목초지에 지나지 않았다. 해발 526 미터라는데, 서울 남산 오르기보다 쉬울 듯 보였다. 저에도 깎아지른 절벽이 드넓게 발달했으니 코스를 잘 잡아야 할 듯하다. 

 

예이츠가 잠든 Drumcliffe 드럼클리프 교회

 

예이츠 무덤

 

 

벤 불벤을 왼편 옆구리로 끼고 슬라이고 시내로 입성하기 전 왼편으로 똥색 안내판 하나가 휙 지나가는데 언뜻 보이 Grave of W. B Yeats 예이츠 무덤 이라, 도로 차를 휙 돌려 그의 무덤을 찾으러 나섰다. 그의 무덤은 벤 불벤 산이 병풍처럼 둘러친 아래 평원, 전면으로는 바다가 들어온 만 어귀에 있었다. 

 

보니 교회 공동묘지였다. 교회는 Drumcliffe 드럼클리프라는 간판을 달았는데, 간판에는 Church of Ireland : St. Columba's Parish Church, Drumcliffe라 했다. 아일랜드 교회 세인트 콜룸바 교구 교회 정도로 풀 수 있을 듯한데, 드럼클리프가 무슨 의미 맥락에서 등장하는지는 내가 당장 알 수는 없다. Drumcliffe를 예이츠는 Drumcliff라 해서 e를 빼서 쓰곤 했다. 

 

 

 

하지만 무덤이 워낙 많아 예이츠 무덤을 찾는 데는 애로가 좀 있었다. 한창 헤메는데 교회지기 같은 노인 한 명이 보여 그 사람한테 물어 예이츠 무덤을 발견하고는 기념촬영을 했다. 더불어 교회 내부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이곳 교구목사를 지낸 그의 조부인지 증조부 무덤을 찾기도 했다. 

 

 

 

이런 여정을 마치고 호텔에 투숙했다. 시내에서는 약간 떨어졌으나, 제법 큰 내륙 호수 Lough Gill 로크 길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여담이나 아이리시 어에서 lough라는 말을 심심찮게 만나는데, lake에 해당하는 켈트 기반어라, 한데 사전 같은 데서 이 단어를 검색하면 스코틀랜드에서 많이 쓰는 말이라 하고, 아일랜드에서는 loch라 쓴다는데, 가서 보니 아일랜드에서는 lough와 loch가 혼용되고 있었다. 

 

로크 길 Lough Gill..이니스프리섬이 있는 슬라이고 지역 큰 호수다.

 

 

lough는 발음을 찾기가 쉽지 아니한데, 어원을 같이하는 다른 말 loch를 보면 로크, 혹은 록으로 발음함을 유추하며, 실제 아일랜드 본토인들 발음을 보니 그랬다. 

 

Innisfree 이니스프리섬. 길 호수 남쪽 변에 자리잡았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유숙하고는 그 이튿날 그 호수 남쪽 변에서 가까운 작은 섬 Innisfree Islet 이니스프리섬을 찾아 나섰다. 구글맵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거나, 제대로 안내가 되지 아니했지만, 호텔 주인한테 물으니, 찾아가는 방법을 일러준다. 이르기를 "호텔 앞 도로를 따라 죽 가면 이니스프리라는 길 안내판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을 따라서 죽 들어가면 된다" 했으니, 실제로 그러했다. (참고로 이 호텔 주인은 런던 태생 아일랜드인 중년 남성인데, 저 섬을 '아이니스프리' 혹은 '아이너스프리'라 발음하더라.) 

 

 

 

그렇게 해서 대략 10킬로미터 정도를 달려 이니스프리섬을 코앞에 둔 호숫가에 이르렀다. 호수변에서 섬은 아주 가깝고 규모는 아주 작아 우리네 한감 밤섬보다 훨씬 규모가 작다. 계속 내리치던 비바람에 이곳에 이르자마자 더 거세졌다. 저 섬까지 가끔 배가 다니는 모양이나 기상 등 제반조건을 볼 때 그럴 형편이 아니었고, 호수엔 조각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섬을 바라보며 호수 전체를 조망하는 사진을 연신 찍다 보니, 날씨가 갑자기 바뀌어 비가 멋고 낮게 깔린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Sligo 슬라이고 읍내 예이츠기념관. 사진 중앙 붉은벽돌건물이 그곳이다.

 

 

예이츠기념관

 

 

이니스프리에서 이제 슬라이고 시내로 갔다. 시내 한 복판에 Yeats Memorial 예이츠기념관과 그 인근 교차로에 예이츠 조각상이 있어 그곳을 둘러봤다. 

 

예이츠 조각에서

 

 

예이츠기념관은 본래 은행 건물로 쓰다가 70년대인가 기증해 기념관으로 개작해 사용 중이었다. 그 기념관 옆으로는 무슨 강인지 찾아봐야겠지만, 거대한 초콜렛물이 콸콸 넘치며 바다로 연신 흘러들었다. 그 강 너머 저편으로 어제 본 벤 불벤 산이 굼벵이처럼 누운 모습이 들어왔다. 

 

 

Sligo 읍내에서 저 멀리 벤벌빈Benbulben산이 가로누운 모습이 보인다.

 

 

슬라이고는 규모가 아주 작아, 우리네 읍내 수준? 혹은 그보다 적다. 

 

그렇게 예이츠 숨결 서린 예이츠를 뒤로하고는 다음 행선지인 Galway를 찾아 다시 우리는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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