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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어느 하나 버릴것 없는 연꽃


꽃으로 본다면 여름은 연꽃이 화왕花王이다.

진흙탕에서 솟아났으면서도 화려함을 자랑하는 연꽃이라면 대뜸 불교나 석가모니 부처님을 떠올리겠고, 개중에는 효녀 심청의 환생을 연상하기도 하겠지만, 불교가 도래하기 전에 이미 연蓮은 동아시아 생활 깊이 곳곳에  침투해 있었다.


불교가 막 상륙할 무렵 중국에서 나온 사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를 보면, 지금의 ‘蓮(련)’이라는 말을 “부거의 열매를 말한다(芙蕖之實也)”고 풀었으니, 엄밀히는 열매만을 지칭한 듯하다.

그 훨씬 전에 나온 또 다른 뜻풀이 사전인 《이아爾雅》에서는 蓮에 해당하는 표제어로 ‘荷하’를 수록하면서 “부거芙渠를 말한다. 그 줄기는 ‘가茄’라 하고, 그 이파리는 ‘하蕸’라고 하며, 그 밑둥은 ‘밀蔤’이라 하고, 그 꽃은 ‘함담菡萏’이라 하며, 그 열매를 ‘련蓮’이라 한다. 그 뿌리는 ‘우藕’라 하며, 그 속은 ‘적的’이라 하고, 적的의 속내를 억薏이라 한다”고 했다.

이를 보면 이때만 해도 연은 ‘부거芙蕖’ 혹은 ‘하荷’라 부르는 일이 많았던 듯하다.

 
나아가 각 부위별로 명칭이 따로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버릴 곳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은 식용, 혹은 약용으로도 널리 이용됐다.

음식이라면 연근蓮根을 떠올리는 일이 많고, 요즘은 연잎밥이라 해서 약밥을 연잎에 싸서 하는 요리가 전국 저명한 연꽃단지 주변에서 특히 유행하기도 한다.


약용으로 널리 쓴 것은 열매다. 요즘도 한방에서는 이를 자주 쓰는 것으로 안다. 요컨대 연꽃이라면 무조건 불교와 밀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그런 연꽃이 불교의 도입과 더불어 새로운 문화상징이 가미된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연꽃을 불교에서 분리해야만 그것이 품은 문화사 여러 단면이 온전히 드러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