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일인 오늘 주말, 나는 바람 쐰다는 명목으로 지방을 도는 중이었다.
마누라 전화가 왔다.
어딜 싸질러 다니느냐 호통 아닌가 지레 겁 먹고 수화기 받아드는데 대뜸
"전미선이 죽었대. 딴 데는 그 소식으로 난리가 났는데, 당신네 기사는 안 보이는 거 같아. 빨리 체크해봐. 당신 부서 담당 아냐?"
지금 보니 눈빛이 우수에 젖은 듯
큰 일 아니고는 주말은 되도록 나는 우리 부서 업무에 간여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씩 오늘 어떤 기사가 송고되었나 해서 들여다 보는 정도인데, 오늘은 아주 팽개치다시피 하고는 쳐다도 안 봤으니, 내가 무슨 소식인지 알 수도 없었다.
그 말을 듣고는 순간 나는 "전미선이 누구야?" 되물었으니, 그 배우도 모르냐는 핀잔이 돌아오는가 싶더니, 블라블라 그 친구 주연한 영화랑 드라마 얘기를 한다.
그랬다. 왜 그런 배우 있지 않은가? 자주 보이는데 정작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런 배우. 그럼에도 막상 사진을 보면 아! 이 친구? 하는 그런 배우 말이다.
그가 바로 전미선이었다.
전화를 끊고는 곧바로 관련 송고기사를 검색하니, 그러면 그렇지, 이 사안에서 우리 문화부가 마땅히 커버해야 할 기사는 이미 영화랑 방송 담당기자들이 충분히 처리한 상태였고, 처리하는 중이었다.
방송·영화·연극계 누빈 30년 차 '명품배우' 故전미선(종합)
송고시간 | 2019-06-29 16:47
'제빵왕 김탁구' 등 출연작마다 히트…'시청률 보증 수표'
영화 '나랏말싸미' 다음달 개봉 앞두고 '비보'
부장이랍시고, 새삼 이러저리 지시하지 아니해도, 우리 기자들은 알아서들 커버한다. 여담이나, 부장 권위 내세워 이리하라 저리하라 해서 잘 되는 꼴 못 봤다. 적어도 나는 그런 자세로 일한다.
나랏말싸미 제작발표회에서의 전미선
요새 부쩍 연예계 안좋은 소식이 쏟아지거니와, 송중기-송혜교 결별 선언 나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오늘은 사망 비보란 말인가?
비록 내가 그의 이름을 언뜻 기억하지는 못 했지만, 내 세대 누구나 그렇듯이 저 배우를 모를 수는 없다.
더구나 배우 전미선은 실상 나랑 같은 세대를 호흡했다. 그가 데뷔할 무렵을 기억하고, 젊은 시절을 보내고 중년이 되어 더욱 농익은 연기 단계로 접어든 그의 모습을 어찌 망각할 수 있겠는가?
데뷔 시절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미선은 참 고운 배우라는 이미지로 나에게는 각인한다.
그랬다. 젊었을 적엔 무척이나 고운 pretty woman이었고, 여타 그 세대 여배우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그는 그런 고움으로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며, 한결같은 자리를 지킨 진정한 배우였다.
어중간에 혹 슬럼프나 화면 혹은 스크린에서 뜸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나, 언제나 그의 연기는 유별나지 않으면서도 유별나게 안정적이었다.
내가 보는 그의 연기는 능청스러웠다. 능청스러웠다 함은 자연스러웠다는 뜻이기도 할 터이다.
그렇게 친숙하고, 그렇게 고운 배우 전미선이 갔다.
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에서의 전미선
아직 정확한 사인은 드러나지 않은 모양이나, 우울증 등에 따른 극단적 본인 선택이라는 소식이 있다.
마음이 오죽 아팠으면 저리했을까 생각하니, 더 안타깝다. 그에 더해 내 세대, 나와 거의 같은 시대를 호흡한 대배우가 느닷없이 갔다는 소식이 더 마음 아프다.
고인의 명복을 하염없이 빈다.
오늘 우리공장 문화부는 전미선 사망 관련 기사로 도배를 한다. 이런 일이 반갑지는 결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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