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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여행답사 자료정리論] ② 가고 본 데는 명패부터 찍어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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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경험 누구나 많으리라. 찍어온 사진이나 영상은 잔뜩인데, 내가 도대체 무엇을 찍었는지도 가물가물하고, 심지어 내가 어디를 갔는지조차 헷갈리는 그런 경험 말이다. 

이는 내가 명패를 기록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 대표가 실은 박물관 미술관 전시유물이다. 그래 이 유물 이 그림이 좋다 해서, 아니면 다른 관점에서 내가 독특하다 해서 찍어두긴 했는데 에랏 제기랄 내가 무얼 찍었는지도 몰라? 이런 사진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물론 내 방식이 누구에게나 통용해야 한다는 강요는 하지 않지만, 내가 쓰는 방식을 소개하니, 참고했으면 싶다. 

나는 저런 데서 항상 유물을 촬영할 때는 가장 먼저 그 유물 태그, 간단히 말해 해당 유물 명세서를 먼저 찍는다. 그 명세서와 더불어 그 유물을 더 자세히 그 뒤 벽면 같은 데 자세히 소개하는 문구 혹은 설명이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나는 항상 그것을 함께 찍는다. 이것이 고역이라 해도, 이런 버릇 들이지 않으면 나중에 필시 후회한다. 

다만 이런 방식이 아주 안 좋은 점이 있으니 첫째 촬영의 절대량을 배가하고[어깨 나간다] 둘째 무엇보다 저장용량의 과부하를 부른다[외장하드 터진다]는 점이 그것이다.

하지만, 해당 유물이 무엇이며 어느 시대이고, 무엇을 소재로 한 것인지도 모르는 사진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는 브리티시 뮤지엄 섹션 중 엘긴마블 내 사진 폴터다. 이 폴더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맨 윗줄 왼쪽에서 첫번째 사진이 장소 표시다. 엘긴마블이야 워낙에나 유명해서 나중에 봐도 헷갈릴 우려가 상대적으로 작기는 하지만 내가 어디를 봤는지를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 
 

 
 
저걸 확대하면 내가 둘러본 코너가 어디인지를 확실히 하는 표식이 있음을 본다. 이후 저 사진은 내가 저기 코너에서 찍은 것이라는 도로안내판이 되는 것이다. 

저런 사진은 작품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저건 표식을 찍은 것이니 성의를 안 보여도 된다. 
 

 
이런 식으로 나는 항상 해당 조각 혹은 유물을 찍기 전에 내가 무엇을 찍는지를 표식하고자 유물 태그를 먼저 찍는다. 

나는 믿음이 있다. 이렇게 해서 찍어놓으면 설혹 내가 죽고 없어진다 해도, 후세가 내가 무엇을 찍었을지를 쉽사리 알 수 있을 것이므로, 활용에는 문제가 없으리라는 그런 믿음 말이다. 

사진은 나만이 알게 하는 묘미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나도 기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자기 방식대로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하는 장치를 삼을 수밖에 없다. 

장소가 없고 주제가 없으며 명패가 없는 사진은 무용지물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다. 

다음 호에서는 이 문제를 조금 더 파고들어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외국 문화재 현장을 기억하는 방식을 하나 더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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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답사 자료정리論] ① 내일로 미루지 마라

 

[여행답사 자료정리論] ① 내일로 미루지 마라

***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숙명여대로 자리를 옮긴 畏友 이혜은 교수가 두어 번 나한테 이 자료 분류 방법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써 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귀찮고 또 내가 이쪽 전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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