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 일 년의 절반을 맞으며
제가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으로 부임한 2020년 9월 16일 이래 특별전과 기획전을 매해 3~5건 씩 진행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째 올해는 고궁박이 조용하다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네. 실제 올 전반기 특별전은 없었습니다. 2022년 말 선보인 과학실을 본격 가동하고 계획에 없던 환수되어 온 대동여지도 특별 공개전을 연 외에 별다른 전시 이슈가 없었습니다.
물론 올 9월 중순에는 세상에 다시 없는 아름다운 옷을 가지고 대규모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 정말 엄청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어쨌건 전시 자체는 좀 줄었어요. 왜냐면 고궁박물관의 인지도 상승을 위해 냅다 달린 지난 2년도 중요했지만 이제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차분히 근본을 다지려고 하고 또 평창에 새롭게 실록위궤박물관을 조성하는 큰 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창에 준비 중인 박물관은 10월 말에 문을 엽니다.
내년 초부터 고궁박의 메인 전시장인 2층의 전관은 문을 닫고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들어갈 것인데, 이를 위한 콘텐츠의 정리와 전시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현재는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며 각종 시설 공사가 동시에 이루어질 터라 여간 복잡한 상황이 아닙니다.
또 전시할 유물 중 의미 있는 것들을 미리 복제를 한다든지 하는 준비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물론 상설전을 닫는다고 기획전이나 특별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기관들과 협력하여 작지만 의미 있는 전시들을 준비 중이고 특별전도 준비 중입니다. 고궁연화-주/활옷전시-의/ 그러니 다음은 아마도 식(食)이 되겠죠?
그 와중에 제작년부터 꾸준히 진행 중인 재외 공간에 조선왕실문화유산 복제품을 보내 전시토록 하는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올 연말에는 그간 보내 준 것들의 활용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대표적인 공간들을 직접 방문해 볼 생각입니다.
한편, 전시 외의 사업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왕실교육 확산입니다. 이 사업은 작년부터 차근 차근 준비한 유럽한글학교와의 협력으로 진행 중입니다.
교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고궁박의 우수한 교육자료와 강사진의 교육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 미국 등지의 한글학교와도 추가로 협력이 이루질 수도 있겠습니다.
또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만져보기 교육재료 제작과 각급 맹학교에서의 활용 교육, 왕실생활과 황제가 탄 어차를 모형과 팝업북으로 개발하는 사업 등이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문화상품 개발과 보급입니다. 고궁박물관 핵심 콘텐츠를 변용하여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고 이를 통해 고궁박의 인지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아마도 내 년부터는 박물관 내의 문화상품 코너에서 좀 더 고궁박스러운 굿즈를 만나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일부 교육 재료도 문화상품화하여 원하는 국민이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하려고 고민 중입니다.
적고 보니 뭐 이리 정신이 없나 싶게 여전히 많은 일이 진행 중이군요. 그 사이사이 상설 전시장 내의 크고 작은 변화가 계속 진행 중입니다.
고궁박물관은 늘 변화와 새로움이 있습니다. 언제 방문하셔도 좋습니다. 더운 여름에 박물관만한 피서지가 어디 있겠습니까? ㅎㅎ
거듭 안내 드리지만 고궁박물관은 연중 딱 3일만 쉽니다. 설날, 추석당일, 1월 1일. 그리고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9시까지 열고 있고 게다가 무료입니다. 관람하실 때 참고 하시면 좋겠습니다.
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필자는 이집트도 가 보지 못했던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 김충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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