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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내 퇴직이 확정됐다는 문자가 회사로부터 공식 발송될 것이며, 이로써 나는 진짜로 다른 단계에 접어든다.
그를 앞두고, 말년 휴가 중인 나는 오늘 오후 잠깐 공장에 들렀으니, 저번에 짐을 치울 적에 미쳐 손대지 못한 데가 있었으니, 내가 사용한 컴퓨터에서 혹 문제가 될 만한 소지들을 쏵 밀어버리는 일이었다.
예컨대 각종 sns 계정 사용기록이니, 이건 단순히 내가 로그아웃을 한다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 다시 접속하면 내 비밀번호까지 저장된 까닭에 재접속하면 그대로 내 계정으로 들어가니, 이런 것들을 이런 사정을 아는 젊은 친구한테 부탁해서 쏵 밀어버렸다.
파일도 지우고 했으니, 혹 그에서 누락된 것들이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로써, 나는 퇴직을 앞두고 내 흔적이라 할 만한 것들을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다 지워버렸다.
나는 이제는 잊힌 존재로 들어가는 문을 들어선 것이며,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김태식이라는 사람이 이곳에 일했다는 기억조차도 사라지게 말 것이라, 나는 한편에서는 그런 망각이 빨리왔으면 한다.
기왕 잊히기로 한 마당에 그런 싹조차 남겨두고 싶진 않다. 깡그리 지우고선 깡그리 잊히는 존재로 가고자 한다.
물론 연합뉴스 밖에서의 김태식은 연합뉴스를 적절히 이용해 먹을 것이다. 그 문제점을 아는 만큼 그것이 잠재한 힘 역시 나는 안다. 잘만 이용해 먹으면 연합뉴스는 참 좋은 매체다.
이 참 좋은 매체로 나는 연합뉴스를 맘껏 이용해 먹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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