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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연합뉴스 K컬처아카데 여행자학교 3기 강사열전 (2) 임지현

by taeshik.kim 2023.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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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에 쓸 사진 몇 장 보내랬더니 이런 사진을 보낸다. 형답다.


기자는 취재원이라는 이름으로 교유하는 이들이 대개 자신보다 연배가 높을 수밖에 없으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고 정년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그렇게 알고 지낸 취재원으로 이른바 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둘 현장을 떠나기 시작했으니,

이런저런 이유로 한동안 연이 끊겼다가 다시 연결된 그런 사람들을 만나 하는 인사가 요새는 부쩍부쩍 "승님, 은퇴 안했소?" 라는 말이니, 혹 아직 현역이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 남았소"라는 반문이 일상화한다.

나는 문화재와 더불어 이른바 학술이라 해서 지식인 사회 동향을 담당하는 기자질을 근 20년 하다 보니, 그런 기자생활 중 알게 된 사람 중에는 문화재계 인사와 더불어 이른바 지식분자가 쪽수로 압도하는데, 임지현 형도 개중 한 명이라,

이 양반도 만남이 아주 오래되어 한양대 인문관 4층인가에 주석하며 한창 주가를 올리기 시작하던 그 새파란 시절부터 알게 된 인연이라,

다만 내가 현장을 떠나게 되면서 자연 연이 멀어질 수밖에 없었거니와, 그러다가 어찌하여 이 양반이 페이스북에 출현하는가 싶더니, 요새는 아주 폴란드로 짐을 싸들고 가서는 학적 교유를 빙자하여 매양 하는 일이라고는 맥주 퍼마시는 모습이었으니, 그래 잘 봐 줘서 이런저런 의미 있는 학문연구 활동이라 해 두자.

뭐하는 장면인지 아리숑숑한 장소다.


모교 회귀 본능이 형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그렇게 잘 나가게 해 준 한양대를 기어이 박차고 나오더니만, 또 기어이 서강대 사학과로 옮기는가 싶더니, 아마 그 무렵이었을 것으로 짐작하는데, 서울 거처도 쏵 정리하고는 강원도 어느 두메산골 화전민 집을 구입해 그짝으로 쏵 옮기더라.

한국 서양사 개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차하순 선생 수제자로, 한국에서는 그 상품 자체로는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서양사학도요, 더 세부 전공은 더 팔릴 수 없는 폴란드사 전공, 그 어느 것 하나 내세울 변변찮은 백그라운드가 없다하겠지만, 이 열세를 가장 잘 역이용하고, 나아가 그것으로써 한국 서양사학도로는 희유하게도 세계 학계 흐름을 주도하는 몇 안 되는 지식 분자 중 한 명이라

한창 젊은 시절엔 우리안의 파시즘을 들고 나와서 특정한 계층 특정한 권력의 독점이라는 파시즘 문제가 실은 다름 아닌 우리네 일상생활에,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파시스트라는 담대한 선언을 들고 나와 인구에 회자하는가 싶더니,

그걸로 한창 울거먹은 허무 때문인지, 이내 그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대중독재론이라는 요망한 이론을 들고 나와 국제 역사학계 논쟁의 한 축을 전담했으니

이 대중독재론은 실상 그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골격은 아주 단순무식해서 대중을 독재 주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것이니, 독재를 주도한 것은 박정희나 무솔리니 히틀러 프랑코 같은 특정인 혹은 그를 둘러싼 특정 소수 권력자 집단이라기보다는 외려 그것을 적극으로 지지하고 환호한 대중이라는 도식이라,

이 대중독재론은 실상 독재의 책임을 넓힌 데 있으니, 대중이라 했지만, 실상 국민, 바로 너희가 독재의 주체라는 국민탄핵론에 다름 아니었다.

이 대중독재론은 국내에서 그리 환영받지는 못했고, 내가 직접 두어 번 국제학술회의 장면에서 지켜본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탈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외국이라 해서 별다를 바 없었으니,

저 독재론은 자칫하면 독재권력에 대한 면죄부를 줄 우려도 없지는 아니하고, 무엇보다 국민 다수의 책임을 추궁한다는 점에서 썩 거기서도 달갑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전날 마신 맥주가 괜시리 미안했던지 참배하러 간 모양이다. 이 장면 뭔가 폼난다.


아무튼 임지현은 한국역사학이 자랑할 만한 인재라, 외국 어느 학술대회에 내놔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아니하고, 더구나 그런 참신한 주장들로써 시종 논쟁을 주도하는 거물이다.

그런 형이 안식년인지 뭔지 하는 요상한 기회를 빌려 폴란드로 날아가 강연을 빙자해 술판을 벌이는 장면을 보고서는 아 이 형님 우리 여행자학교에 한 번 불러냈음 싶겠다 해서 접촉을 했거니와,

난 저와 같은 인연이 아주 오래인 사람들은 다짜고짜 "승님, 강연 하나 맡아주시오" 하고는 "더 물을 생각도 말고, 내가 만든 자리니 거절은 없을 것으로 알며, 또 강연비는 주는 대로 받으시오" 하고 마니, 천하의 임지현 옹이라 해서 예외일 수는 없었으니

다만, 수락은 하면서도 내심 내키는 바 없지는 않은지 "내가 언론사 강연 안 한지는 20년이 넘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는지라, "20년간 안 했으면 이제라도 해야되지 않겠소?" 하며 마침내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저와 같이 연구를 전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아무리 그 세치 혀가 김태식을 능가하거나 버금하다 해도, 자칫 일방적 역사 훈육으로 흐를 우려가 없지는 않겠지만,

워낙 임기응변에 강한 형이고, 또한 내가 어느 정도는 우리가 여행자학교라, 폴란드 혹은 폴란드가 대표하는 동유럽 여행을 누리고자 할 적에 우리가 참고해야 할 사항들을 가이드처럼 안내해 줬으며 좋겠다고 요청했으니, 그에 맞추어 풍성한 폴란드 동유럽 이야기 잔치를 벌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 천하의 임지현이 여행자학교 강사로, 폴란드 동유럽 여행을 강의한다는 그 자체가 뉴스 아니겠는가?

이참에 형한테 그 골치아픈 파시즘 대중독재 집어치고 나랑 동유럽 폴란드 여행사 하나 차려 형이 좋아하는 맥주나 마시러 다니자 해야겠노라.

아 참, 형은 조부님이 1920년대 박헌영 김단야와 더불어 조선공산당 트로이카로 일컬은 임원근이다. 할아버지 얘기는 거의 한 적이 없다가 얼마 전 비로소 그 얘기를 꺼낸 책을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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