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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가상과 현실의 경계인,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듯한 조주빈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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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송치 조주빈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멈출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요즘은 웬간한 사건은 생방송이 되는 시대라, 언론이 넘쳐나는 시대라 더 그렇거니와, 코로나정국도 덮어버리는 조주빈이라는 저 친구가 어제 아침 8시 무렵 검찰 송치를 위해 종로경찰서 문을 나서는 장면도 도하 각 방송을 통해 생중계가 이뤄졌으니, 아카데미상 시상식도 아닌데 내가 유달리 특별한 주의를 둘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 시각 룰루랄라 마스크 턱 아래로 땡겨내린 채 공장 인근 어딘가에 짱 박혀 한대 빠는 중이었다. 


이 시간대가 요새 들어서는 젤로 한가한 때라, 코로나가 불러준 축복과도 같은 시간이라, 대면 회의가 없어진 마당에 요새는 모든 보고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니, 으레 같으면 이 시간엔 편집총국장 주재하는 편집회의가 있겠지만 요즘 이 시간이면 나는 저리 한 대 빨거나, 인근 커피숍에 청승맞게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 들이키곤 한다. 재택근무로 돌아선 마당에 기자들도 없어 혼차 청승 뜬다. 


이런 혼차만의 시간에도 언제나 휴대폰은 손에서 놓을 수는 없어, 기사가 느닷없이 들어오고, 업무와 관련한 이런저런 메시지들이 오가는 까닭이다. 


검찰송치를 위해 종로경찰서를 나서는 조주빈. 전날 얼굴공개가 결정된 까닭에 얼굴을 드러냈다.



그 무렵 카톡 메시지가 띠리릭 날아드는데, 보니 "손석희 등 자기한테 피해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죄한다고 하는데 뭔 얘기일까요"라는 내용이이었다. 이기 무슨 소리고 해서 알아보니, 방금 조주빈이 입에서 저런 말이 튀어나왔단다. 


"엥? 뭔 지랄? 손옹은 왜 물고 들어갔데? 주의 딴데 돌리기 전략인가?" 


듣자니, 손옹만 아니라 윤장현 전 광주시장, 그리고 손옹과 폭행시비 협박시비를 일으켜 재판에 회부된 김웅 이라는 프리랜서 기자까지 실명 언급되었단다. 담배맛이 쏵 사라졌다. 냅다 도로 마스코 주둥이까지 틀어막고는 사무실로 튀어올라 방금 전 끝난 중계방송을 봤다. 


손옹이 등장하는 순간, 이 사안은 문화부 일이 되기도 한다. 언론미디어 분야를 우리 공장에서는 문화부가 전담하는 까닭이다. 이 사안은 공장 얘기로 국한하면 서울지역 사건사고를 전담하는 사회부랑, 기타 지역 사건사고 전담 전국부가 주축 담담 부서인데, 느닷없이 저 놈이 손옹을 입에 올리는 바람에 우리까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 놈이 한 말이라곤 저게 전부다. 당연히 왜 저 놈이 왜 저들을 언급했는가가 관심거리였으니, 물론 개중에는 저들이 혹 n번방 회원이 아니냐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지만, 이내 드러났지만, 내 분석이 맞았다. 손석희, 김웅, 그리고 윤장현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이것이었다. 


호구


"호구니깐 당했겠지." 


이래저래 가오 상하게 된 손석희 옹



저들 중에서 호구 중 상호구는 윤장현이다.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가장한 보이스피싱에 속아 4억5천만원이라는 거액을 땡겨 계좌로 밀어주고, 그에서도 모자라 권양숙을 가장한 그 중년 여성 두 자식을 자신이 시장으로 있는 광주시 산하 기관과 인근 학교 기간제 교사로까지 만들어줬으니,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다. 


그렇다면 손옹은? 나는 조주빈이 손옹과 더불어 그 쟁송 상대방인 김옹 이라는 이름까지 한꺼번에 거론한 사안이 심상치 아니했다. 같이 언급한 것으로 보아 분명 저 폭행사건, 협박사건에 휘말려 저 둘이 쌍끌이로 조주빈한테 얽켜 들어가지 아니했나 하는 의심한 것이며, 이는 결국 실제로 그러한 것으로 싱겁게 드러났다. 


애초 저 친구가 느닷없이 각중한 손석희 운운하는 말을 입에서 뗐을 적에는 미친놈이라는 압도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내가 그의 발언 하나하나를 나 나름대로 토씨 하나까지 빼지 않고 받아적어 필사했더니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멈출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였다. 


뭐랄까? 참 안쓰러움을 많이 주는 캐릭터인 윤장현 전 광주시장



분명 저 놈은 손석희 이하 셋을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이라 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저 놈이 저들한테 피해를 끼쳤다는 뜻이다. 그 피해가 무엇인지 당장은 드러나지 아니했지만, 호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나는 저들이 이번에도 당했다고 직감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발언이 튀어나오자, 사회부는 물론이고 전국부, 문화부까지 바빠졌는데, 전국부는 그가 거론한 삼인방 중 한 명이 광주전남지역을 주된 활동본거지로 삼는 윤장현인 까닭이었고, 문화부는 말할 것도 없이 JTBC 사장 손옹을 취재원으로 둔 원죄 때문이었다. 


이내 드러났듯이 윤장현은 문제의 권양숙보이스피싱 사건에 휘말려 있을 적에 그에서 벗어날 요량으로 백방으로 뛰어다니다가 조주빈한테 걸려들어, 또 사기를 당한 듯하다. 윤장현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조주빈이 제시한 카드가 바로 손석희와 JTBC 소개 출연이었다. 간단히 말해 당신 그 애절한 곡절을 당시 영향력 최고를 자랑하는 저 방송에 출연해 풀어내면 여론도 돌리고 재판에도 유리하지 않겠느냐 하는 그런 논리였지 아니었냐고 기억한다. 


손석희 윤장현과 함께 당당히 삼인방 중 한 명으로 실명거론된 프리랜서 기자 김웅



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조주빈이 손옹과 안면을 뚫어야 했다. 그 무렵에는 손옹과 면식이 없었던 듯한데, 그런 연을 뚫고자 조주빈은 당시 손옹을 괴롭힌 김웅과의 사건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손옹과의 쌍방 사건에서 김웅은 적어도 여론전에서는 코너로 몰리고 있었다고 기억하거니와, 그럼에도 그가 하는 저간의 폭로 사정을 보면, 그가 손옹과 관련한 뭔가 약점을 단단히 잡지 않았느냐 하는 심증을 강하게 준 터였다. 이 틈바구니를 파고들지 않았나 나는 상상해 본다. 


응원군이 필요한 김웅한테는 그 응원군을 자처하면서, 그러면서 그에서 얻은 정보(그것을 실제로 손에 쥐었는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를 고리로 손옹한테도 접근을 시도하지 않았나 한다. 다만 이후 흘러나온 소식들을 종합하면, 조주빈은 김웅과 연관한 사안에서 손옹한테는 약점이라 할 만한 점들을 포착하고는 그걸 무기로 협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나중에 JTBC를 통해 나온 손옹 공식 입장문을 보면 그렇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순전히 손옹 주체의 시각이라, 나름 이 사안에서 객관의 근거를 담보키 위해서는 조주빈 본인의 더 상세한 설명이 있어야겠지만, 지금은 재피 들어가서 콩밥을 먹는 중이라, 그런 균형감 있는 쌍방의 해명 혹은 변명이 당장 우리손에는 없다. 


바둑인가 오목인가 아니면 튕기긴가? 조주빈의 일상 중 하나.


그건 그렇고, 젖비린내 채 가시지 않은 25살 저 새파란 놈이 대한민국을 들었다놨다 하거니와, 저 친구 실로 대담무쌍해 자신한테 쏟아질 질타를 딴 데로 돌려야 한다는 그런 압박? 혹은 잔대가리를 전날 밤을 지새우며 고민한 듯하다. 


무슨 말을 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런 것까지 고민하지 아니했겠는가? 


그것이 시시각각 바뀌었겠지만, 결론은 버킹엄이었으니, 기왕 이리된 거 고개는 빳빳이 들어 당당히 맞설 것이며, 손옹과 윤장현을 끌고 들어가자로 낙착이 되었다. 이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주의를 딴 데로 돌려라" 이것이었다. 그랬다. 저 친구는 설익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영민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작전은 우선은 적중한 듯한 모습으로 흘러간다. 


양복인가 교복인가? 조주빈의 젖비린내나는 시절



그리하여 그의 입에서 손석희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언론은 개떼처럼 손옹의 입만 쳐다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 시각 광주에서는 윤장현의 행적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사냥이 시작되고 있었다. 


저 친구는 영화 혹은 드라마의 삶은 사는 친구다. 신세대답게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가 착종하는 전형의 모습을 보인다. 그가 보인 행태는 영화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보이는 수법인 까닭이다. 


이 친구는 사악함을 넘어 영악하다. 사악과 영악이 결합할 때 그 먹이는 주로 호구들 몫이다. 虎口...글자 그대로는 호랑이 아가리라는 뜻인데 잘 걸려드는 이를 말한다. 조주빈이 실명거론한 삼인방은 호구였다. 호구를 법률용어로 피해자라 한다.


슬픈 건 이 호구는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나 나나 다 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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