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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면모 일신 용산 헌책방 뿌리서점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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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 제3정보 대대 카투사로 근무할 적인 1988년 처음 연을 맺은 용산역 인근 뿌리서점은 지금 자리가 아니라 그에서 직선거리로 대략 200미터 떨어진 곳이었고 그땐 또 지하도 아니라 지상 일층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지금 지하 자리로 옮긴 것인데 얼마전..예전 내 페이스북 포스팅을 찾아보니깐 2016년 6월에 창업주가 쓰러져 임시방편으로 그 아드님이 물려받아 운영 중인데, 경영자 바뀌면서 서점도 일신을 변모해 책 창고 같은 내부 풍경도 사뭇 달라져 종래 발디딜 틈이 없던 공간도 대폭 책이 비면서 서가 사이로는 사람이 지나게 되었고 서가 역시 대폭으로 빈칸이 늘어났으니, 이는 이전엔 보지 못한 풍경이다.


이런 식으로 내부가 끼끗해졌으니 창업주가 보면 아쉬워하겠으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지 않겠는가?

그 많던 책을 어찌 했느냐 물으니 새 사장님 허허 웃으며 다 싸다 버렸다 한다. 임시 치곤 오래가는 듯해 영업 사정 어떠냐 물었더니 돈 안된다 너털웃음이라, 그 선한 웃음은 천상 아버지 판박이다. 그럼에도 부디 이 서점 오래오래 살아남았으면 한다.

새 사장 말이 이 일대 재건축을 기다린다 하는데, 글쎄 그렇다면 용산 재개발이 흐지부지 되어야 이 헌책방이 살아남지 않겠는가?

이곳 뿌리서점을 대표하는 풍광이 인자한 창업주 할배의 커피 인심이거니와, 나는 그 맥심 봉다리 커피를 끊긴 했으나 오늘은 그 추억 못 잊어 한잔 때렸으니, 이 커피 서빙만큼은 경영자 바뀌어도 여전하다.


이곳을 김란기 박사와 더불어 오늘 찾았으니, 영문학 관련 책 두어종과 왕선겸 집해 맹자 대만본을 구득했으니, 요새 하도 얻어먹기만 했다며 한사코 책값을 형이 계산한다. 뭐 그래봐야 팔천원인가 하더라만 백수라 쬐끔 미안하기는 하다.

그에 대한 답례로 나는 갈치조림 점심과 담배 한 갑을 충당했으니, 형의 마음씀씀이가 새삼 고맙다. 내가 앵벌이 많이 해서 용돈도 듬뿍 드리겠다 했다.


이 뿌리서점은 내 젊은날 굵은 추억뭉치가 응어리 되어 서린 곳이다. 이런저런 잡념에 젖을 때면 하염없는 멍때리기를 제공한 보금자리였고, 지금 이나마 잘난 척 하는 뿌리 상당 부분도 이에서 얻어걸린 알량한 지식에 말미암는다. 개중엔 저 펭귄북스 페이퍼백 세계문학 시리즈도 빠지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릴케 전집은 언제 나왔던고?

너는 내 아픔이었고 기쁨이었다고 서점아 말하고 싶다.

듣자니 창업주 건강이 여전히 좋지 못해 거둥이 힘들다 하니 그의 쾌유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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