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도 차를 몰고 김포와 강화를 싸돌아 댕긴 후유증이랄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방송하고 이내 자빠자고는 일어나니 벌써 시침이 6을 가리킨다.
여느 적 같으면 3~4시에 일어나야 할 터인데 몸이 버텨내질 못하니 이번 답사 사진도 다운받지 못한 채 골아떨어졌다.
문선文選을 다시 펼쳐들고 그제에 시작한 반안인潘安仁, 곧 반악潘岳(247~300)이 황제의 장대한 연례의식 중 하나로 밭갈이를 노래한 적전부籍田賦를 펼쳤거니와, 도대체 진척이 없어 더디기만 하다.
漢代 부賦의 전통을 계승한 위진남북조시대 賦 또한 그 역사가 대략 2천년에 가깝고 물경 1천500년 이상을 지난 지금에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하니, 그럼에도 내가 한편으로는 고맙기 짝이 없는 것은 이런 노래를 통해 그 실상을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賦는 필연적으로 과장이 극심하고, 더불어 그 소재가 되는 일이나 풍광, 혹은 기타 다른 소재 주제를 해당 작자가 직접 경험하고 본 결과물임을 확신치 못하니
과연 이렇게 해서 살아남은 그것을 '실제의 있었던 일'을 얼마나 진실하게 재현혔는지는 자신이 없다는 점이다.
함에도 국가의 통치 제반과 관련되는 이런 제도나 의식을 읊은 시, 예컨대 도성이나 궁성의 화려함, 혹은 수렵이나 적전과 같은 황제의 의식을 읊은 시는 그것이 얼마나 사실에 충실하건 아니했건, 이후 텍스트만으로 살아남을 적에 현재를 구속하는 과거가 된다는 점이 여실하거니와,
반안인이 노래한 적전만 해도 멀리는 조선왕조의 군주까지 구속하기에 이른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로다. (2011. 9. 26)
***
11년 전 오늘 쓴 긁적임이라, 저에서 말한 문선 텍스트는 저 두꺼비한 영인본이 아니라(돋보기 갖대 대고 봐야 하며, 설혹 본다한들 까막눈이다.) 아래 사진으로 첨부한 그 완역본이다.
저 무렵 마침 저 방대한 완역본이 선보였으니, 지금 간기를 보니 2010년이다. 저걸 시도한 발상 자체가 담대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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