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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찜찜한 용역 입찰 평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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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저리 달아놓으니 혹 심사과정 혹은 그 결과에 대한 의뭉함이 아닐까 짐작하겠지만 나로서는 조금은 색다른 경험이라 뇌리에서 사라지기 전에 간단히 적어두어 나를 반추하려 한다.

근자 어는 박물관 미술관 홍보 용역업체 선정 입찰 평가에 낄 기회가 있었으니 이 업계 오래 몸담다 보니 이런 일이 나로선 드물지는 않다.

보통 이런 입찰 평가 심사는 이른바 이쪽 업계 종사자로 짜는 일이 항례지만 이번 경우는 보니 문화재업계 언론인 몫으로 배정했을 나와 그 박미관 관계자 한 분을 제외한 나머지 외부 평가자 다섯이 모조리 현직 교수였고 또 모조리 이른바 언론정보학, 옛날 우리시대로는 신문방송학 전공자들이었다는 점이 나로서는 몹시도 이채로웠다.

문화재판에 언론정보학 전공자가 이례는 아니지만 보통 한 명 정도가 끼곤 한다.

아마도 이번 공사를 발주하는 기관 혹은 그 담당자가 경험이 없거나 생소해서, 혹은 그것이 아니라면 그 담당자가 혹 언론정보학 전공자라 빚어진 현상 아닌가 하는데 그렇다 해서 이런 평가단 구성이 물론 문제일 수는 없다.

입찰 응모 업체가 물경 일곱 군데가 되어 그 피피티 상영과 질의응답이 몹시도 고역이었다는 말도 해둔다.

내 기준에서 그네 중 오직 될 만한 업체는 한 곳에 지나지 않았다. 왜냐면 오직 단 한 기관만이 내 기준에서는 제대로 핵심을 짚었으니 그 업체만이 해당 박물관미술관 이야기에 집중한 까닭이다.

다른 업체들은 내 기준에 의하면 모조리 핵심을 벗어났으니 박물관 미술관 핵심가치는 온데간데 없고 오직 화려한 외양 뿐이었으니 각종 영상 웹툰 카드뉴스 그리고 메타버스까지 들고 나왔는데 전연 엉뚱한 치장 뿐이었다.

따라서 나는 그 가치를 착목한 그 유일한 업체가 이론의 여지없이 큰 점수차로 될 줄 알았다.

결과는 그리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속내였으니 점수차는 크지 않았고 무엇보다 문화재업계랑 언뜻 전연 관계없는 삶을 사는 듯한 언론정보학 교수들은 전연 다른 눈으로 박물관미술관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나는 절감했다.

그들과 내가 상통한 유일한 대목은 범람하는 메타버스에 대한 반감 딱 하나뿐이었고 홍보를 보는 관점 자체가 너무나 달랐다.

그들한테 나는 고리타분 박미맨 그 자체였을지 모른다. 아니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나름 이 업계에선 그 고리타분을 벗어난 사람이라는 자부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심사를 마치고 나서는 내내 찜찜하기만 했다.

내가 헛산 것은 아니지, 헛똑똑이 아닌지 찜찜하고 또 찜찜했으며 힘이 죽죽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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