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도가 국내서는 몇 군데 박물관을 중심으로 시각화가 이제 겨우 시도되고 있지만 우리는 멀었다.
일본에선 무엇보다 이런 작업이 일찍 이뤄졌고 나아가 역사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이런 시각화가 진척한 상황이다.
한국에선 무엇보다 고고학도라 일컫는 이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이 이런 일은 쪽팔리다고 전연 하지 않는다.
[도1]은 횡혈식橫穴式 석실분石室墳 모식도다. 횡혈식 석실분은 글자 그대로는 시신을 직접 안치하는 무덤방[室]을 옆으로 누인 가로[橫] 형태로 구멍 혹은 터널처럼 만든 것을 말한다. 글자 그대로는 그런 뜻이어야 한다.
한데 엉뚱하게도 저에서 말하는 혈穴은 무덤방이 아니라, 그 무덤방으로 통하는 연도羨道라는 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과 일본 고고학계에서는 쓰고 있다. 즉, 그 통로가 터널 형태라 해서 저런 식으로 쓴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횡혈식 석실분이란, 횡 형태로 터널처럼 만든 돌방 무덤을 말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저 개념을 표현하려면 통로[연도] 갖춤 돌방무덤이라 해야 한다.
실제 저런 무덤을 영어권인 아일랜드에서는 passage tomb 라는 말로 흔히 쓴다. 그 의미는 아주 간단해서 통로가 있는 무덤이라는 뜻이다.
이 횡혈식 석실분은 입구가 있는 편리성 때문에 무척이나 경제적이라서, 무엇보다 한 사람만 아니라 여러 사람을 묻을 수 있다.
왜? 저 폐쇄석이라 표시된 돌무지만 걷어치우면 내부로 통하는 문이 뻥 뚫리기 때문이다. 폐쇄석 대신에 그래서 문을 만들어 걸어 잠그기도 한다.
보통 부부의 무덤에 저런 형식을 쓴다.
[도2] 또한 횡혈식 석실분 일종인데, 무덤방을 두 군데를 갖추고 더 안쪽 무덤방에다가 가형 석관家形石棺이라 해서 집 모양 돌로 만든 관을 안치하는 무덤이다.
무덤방을 여러 군데 마련할 경우 여러 방식이 있어 중국에서는 앞뒤로 하나씩 두면서 그 양쪽으로 각각 또 다른 무덤방을 두기도 하는데 사람 얼굴로 치면 귀에 해당한다 해서 그 딸린 무덤방을 귀 이耳라는 글자를 써서 이실耳室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그런 이실을 갖춘 무덤은 거의 없다. 낙랑이나 고구려 계통에 조금 보인다.
대신 아주 간혹 앞뒤로 무덤방을 따로 마련하기도 하는데, 앞에 있는 것을 앞 전前자를 써서 전실前室, 곧 앞방이라 하고, 뒤에 있는 방을 뒤 후後자를 써서 후실後室, 곧 뒷방이라 구별해서 부른다.
조용필은 항상 프로그램이 끝날 때 마지막 게스트로 나온다. 그것처럼 무덤 주인공은 맨 뒤쪽 가장 후미진 곳에 있어야 그 전면을 바라보며 일장 훈시를 하게 된다. 그래서 무덤 주인공은 항상 맨 뒷방에 있다.
저런 무덤에는 문이 여러 개 있다. 첫째 무덤 밖에서 안으로 통하는 무덤길 입구에도 있어 이를 연도로 통하는 문이라 해서 연문羨門이라 하고, 그것을 지나 앞방으로 들어갈 때도 별도 문이 있고, 또 그것을 지나 다시 뒷방으로 들어갈 때도 문이 있어야 정상이다.
다만 편의에 따라 없는 일도 있다.
[도3]은 횡혈식 석실분과 수혈식竪穴式 석실분石室墳 차이를 모식도로 보여준다. 둘은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안쪽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느냐 없느냐다. 없는 것을 수혈식이라 한다.
한데 이 경우 수혈식의 穴은 통로가 없으니 당연히 통로를 말하지 않고 무덤방을 말한다. 수竪라는 한자는 수직, 곧 세로라는 뜻이다. 그러니 수혈竪穴이란 수직으로 파고 내려간 구멍이라는 뜻이다. 이 경우 구멍이 바로 무덤방을 말한다.
같은 穴이라는 글자를 쓰면서도 횡혈식 석실분에서는 통로를 지시하고, 수혈식 석실분에서는 무덤방을 말하니, 무슨 이런 콩가루 분류가 있냐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지들이 저렇게 만들어 쓴다는데?
수혈식 석실분은 통로가 따로 없고, 또 무덤을 만든 다음에는 그 위에다가 돌이라든가 흙을 잔뜩 쌓아 올린다. 이 흙으로 돋우어 올린 부분을 봉분封墳 혹은 분구墳丘 등이라고 쓴다.
이런 무덤은 당연히 추가 매장을 하기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집으로 치면 다 뜯었다가 새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런 수혈식 무덤은 그래서 대개 한 사람만 묻는다. 어떤 사람? 오야붕만 간다.
[도4]는 앞서 말한 가형석관 안치 모식도다.
왜 관을 집 모양으로 만들었겠는가? 이는 무덤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집이 살아있는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면, 무덤은 정의가 간단해서 죽은 사람이 사는 집이다. 같은 집이다. 그래서 무덤을 흔히 유택幽宅이라 한다.
幽란 간단히 말해 깊다는 뜻이고 색깔로는 검은 색을 의미하는데, 더 간단히 죽음을 지칭할 때 흔히 쓴다.
이건 일본 고분시대에 흔한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이라는 무덤 양식 중 시신을 직접 안치하는 봉분 구조 모식도다.
이 전방후원분은 나중에 따로 정리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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