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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전공 책 읽지 마라, 공부를 위한 독서 추천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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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문화재 타령, 혹은 역사 타령 일삼는 나를 두고 매양 사람들이 내가 그와 관련한 공부 혹은 전철을 밟지 아니했을까 묻지만, 다시금 말하지만 나는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이라, 그와 아주 동떨어졌다 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썩 생소한 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길을 걸었다.

나는 막연하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는 문학도였고, 그 희미한 꿈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아주 없어지지는 아니해서 스멀스멀 그때의 꿈이 아련하기도 해서, 그 흔적이 이래저래 묻어나기도 한다.

그래, 나는 제대로 아는 건 없지만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며,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혹닉한다. 그래서 저들이 남긴 혼이라도 잡지 아니할까 하는 헛된 꿈을 안고서 스트라퍼드 오폰 에이븐을 밟았고, 그리 꿈에 그리던 Sligo를 가서는 감격에 계워 죽는 줄 알았다.

몇십 년 전이기는 하지만 으레 알려진 문학작품이라면 안 읽은 것이 없고, 이 성향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는 아니해서 특히 중국문학은 더 혹닉했고, 일본쪽도 적어도 번역본이 나온 걸로는 대략 훑었으니, 특히 후자의 경우 겐지모노가타리를 필두로 하는 모노가타리라든가 도연초 같은 수필류는 닥치는 대로 읽었다.

내가 뭐 거창한 역사학도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지만, 나는 생득으로 그네들이 하는 말이 개소리인가 아닌가는 안다.

그 아는 힘은 내가 그네들 관련 논문이나 책을 많이 읽어서가 아니라, 나도 이것이 무엇인지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내가 역사 혹은 고고학과 관련 없는 공부를 해서라고 감히 믿는다.

내가 그쪽을 전업으로 공부한다 해서 관련 보고서, 관련 논문, 관련 책을 잔뜩 파는 놈들만큼 불쌍한 놈 못봤다. 그래서 무슨 새로운 장을 여는 파천황 같은 주장이 나오겠는가? 때려죽어도 나올 수 없다.

가끔씩 논문을 쓰는 나한테 매양 고통스런 대목이 선행연구성과 검토라, 난 일부러도 그렇고, 실제로도 쓸모가 없다 생각해서 선행연구성과를 읽지 않는다.

물론 이 과정의 생략이 자칫 그와 비슷한 주장을 한 선학에 대한 무시 혹은 표절 의혹을 사기도 하겠지만, 내가 언젠간 말했듯이, 그리고 자주 말했듯이 내가 무슨 문제의식을 파고들어 내린 결론이 어느 선학과 비슷하거나 같다면, 그가 나만큼 훌륭한 사람이라는 증거지 내가 그를 따라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세상 어떤 놈이 나랑 같은 생각 같은 결론을 낸단 말인가? 이런 자부심 자만심 하나는 내가 팽배하다. 나보다 똑똑한 놈 못 봤다.

그렇게 똑똑한 놈과 같은 결론 비슷한 문제의식을 도출했다는데 그가 얼마나 김태식에 버금하는 훌륭한 연구자이겠는가?

결론한다.

내가 그쪽 전업적 학문연구자라 해서 그쪽 분야 글만 주구장창 읽어대는 일 만큼 멍청한 일 없다. 일부러라도 다른 분야를 파고들어야 한다.

내가 역사학도일수록, 내가 고고학도일수록 역사학을 멀리하며, 고고학을 멀리하는 독서를 해야 한다.

나를 개발하는 문제의식과 그에서 비롯한 무엇에 대한 탐구, 그리고 그에서 도출하는 결론은 결코 그 학문이 가르쳐 줄 수는 없다.

딴짓해라.




나를 계발한 건 삼국사기 삼국유사 사기 한서가 아니라 운급칠첨雲笈七籤이고 노자지귀老子指歸이며 용재수필容齋隨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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