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예연구회 성명서]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박물관․미술관 공동 학예사 제도 철회를 엄중히 요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 관계 장관회의에서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 전략’을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공개했다. 오늘 공개한 주요 내용을 보면, ‘지방소멸’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수도권에 편중된 문화시설의 지방 분산, 1명 이상의 학예사를 고용해야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우 인구감소지역은 2개 이상의 박물관․미술관이 학예사를 공동으로 두는 것을 인정하는 등 문화시설 규제 완화, 유휴 공공시설을 박물관, 도서관 등 문화시설로 개조하여 문화시설 확충 등 비수도권 거주민에게도 ‘문화슬세권’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수도권 국민의 문화향유 증진을 위한다는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는 지방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우리 전국학예연구회는 특히 문화시설의 지방 분산과 박물관․미술관의 공동 학예사 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대 의사를 밝힌다.
첫째, 국립 문화기반시설을 지방으로 옮기거나 비수도권에 새로 건립한다고 하였으나, 평창(국가문헌보존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법정 인구감소지역이 아닌 광역시급 대도시로 지방소멸 위기감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전(국립현대미술관, 특수영상 클러스터), 세종(국립민속박물관 이전, 국립디자인박물관), 부산(부산국제아트센터) 등 비수도권 중에서도 여전히 광역시 단위에 문화시설이 집중되고 있어 허울뿐인 문화시설 분산이며, 이와 같은 문화시설 분산은 결국은 인구감소지역의 인구가 다시 광역시로 흡수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둘째,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박물관과 미술관은 학예사 1명 이상을 반드시 배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지역의 박물관․미술관에 공동으로 학예사를 둘 수 있게 하여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학예사를 전문인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박물관 등록수단으로만 여기는 행정편의주의식 발상이다. 또한 박물관과 미술관은 관리하는 유물과 운영의 방법이 현저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학예사가 공동으로 관리하게 하는 것은 두 기관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공동 학예사 제도는 학예사의 전문성을 철저히 무시하는 발상이며, 지방의 박물관과 미술관의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이는 지방 국민에게 수준 높은 문화혜택을 제공한다는 문체부의 발표와 상충되는 것이다. 문화시설 규제 완화 차원이라면 왜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은 공동 학예사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인가.
셋째, 인구감소 지역에 대한 문화정책은 문화시설을 통한 양질의 지역 일자리를 제공하여 청년들이 지방에 정착하여 인구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 제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인구감소 지역의 공동 학예사 제도는 오히려 박물관과 미술관의 학예사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지방의 인구감소와 지방 소멸을 더욱 가속화시킬 뿐이다. 지금도 인구감소지역에서 운영되는 많은 공․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은 학예사 1명이 전시, 교육, 행정 업무까지 모두 맡아서 하고 있는 열악한 실정이며, 이들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신분마저 불안정하다. 그나마 법령에 따라 박물관과 미술관마다 학예사 1명 이상씩 채용하고 있는 것인데, 공동 학예사 제도를 운영한다면 박물관과 미술관 숫자만 늘어나는 숫자놀음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우리 전국학예연구회는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 전략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엄중히 촉구한다.
1.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방소멸과 인구감소를 부추기고 학예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공동 학예사 제도’를 즉각 철회하라.
1.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방의 열악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아닌 국립박물관과 국립미술관에 ‘공동 학예사 제도’를 먼저 도입하라.
2023년 3월 27일
전국학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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