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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황실과 정부는 시종일관 정창원에 대한 신비주의 책략을 구사한다. 당장 그 건물만 해도, 사람들이 년중 자주, 그리고 많이 보면 무너지기라도 할 요량으로 년중 꽁꽁 문을 닫아놓았다가 정창원전에 맞추어 찔끔 20일가량 여는데 불과하고, 그 유물 역시 연중 20일가량 찔끔찔끔 골라 내어놓는다. 더는 경천동지할 만한 새로운 유물도 없는데, 언제나 몇 점씩 새로이 공개하면서 ‘신출진新出陳’이라는 딱지를 붙여 신비감을 조성한다. 흡사 정창원과 그 유물을 다루는 자세는 금지옥엽이라, 이 금지옥엽을 통해 일본 황실은 신비해야 한다는 묵시록을 써내려 간다. 전통시대 궁궐은 금궐禁闕, 혹은 금중禁中이라 했다. 함부로 근접할 수 없다는 위압적인 개념인데, 21세기 일본 천황가는 언제나 금궐로 남아, 신민臣民 위에 군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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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조만간 발간될 잡지 원고 중 마지막 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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