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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조금 일찍 떠나는 이유는 자유롭고 싶어서

by taeshik.kim 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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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말했듯이 나는 오십어간이 되면서 다른 삶을 살려 했지만, 그때 마침 해고라는 느닷없은 일이 닥치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틀어지게 되고 말았다.

그렇다 해서 내가 이런 걸 하겠다는 확고한 무엇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번 틀어진 길을 다시 돌리기는 더 힘들어졌다가 마침 기회가 주어져서 이때다 해서 냉큼 잡았을 뿐이다.

거창한 계획? 환갑을 향해 달려가는 중늙은이가 무슨 모험을 하겠는가?

그럼에도 꼴난 기간이나마 그것을 조금이라도 당긴 까닭은 자유롭고 싶어서다. 천만다행히도 이번에는 그만 둔다는 통보에 집안에서도 그리 큰 반대는 없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내 앞에 자유만 펼쳐지겠는가? 안다. 만만치 않은 길이라는 것쯤은. 

내가 연합뉴스 사원이요 연합뉴스 기자라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내 삶을 얼마나 옥죄었는지 모른다. 이거야 꼭 연합뉴스가 아니라 해도 이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점은 내가 연합뉴스 소속이라는 사실 딱 그거였다. 

앞선 글에서 말했듯이 내가 연합뉴스라는 타이틀을 뒤집어 씀으로 해서 그것이 아니었으면 누리지 못할 무수함을 누린 사실도 잘 안다. 다만, 어느 순간 그것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결국 기회와 부담, 이 둘을 계상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도래했는데, 기회보다는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온 시점이 쉰 어간이었다. 

이 부담을 하루라도 빨리 털어버리고 싶었다. 

남들 눈에야 내가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연합뉴스 소속원으로서 그것의 짓누르는 부담 역시 컸으니, 그렇다 해서 그것을 벗어제낀 지금, 내가 배설욕에 한껏 취해 그 때문에 억누른 감정들을 토설하고 살겠는가?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주는 부담을 벗어버렸다는 사실 딱 하나이며, 그래서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서운하지 않냐? 오늘 새벽 4시 31분,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해 와서 한 말이기는 하지만 나라고 왜 감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 감정에 아쉬움은 없다. 왜냐하면 연합뉴스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시점은 이미 지난 까닭이다. 

나는 연합뉴스의 그것과 같은 그런 소속감 있는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연합뉴스 소속원으로서의 그것보다는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훨씬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려 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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