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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조선 세종시대의 장영실] (1) raw file로 대면하는 조선왕조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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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역사전문 언론인으로 직업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해직 시절(2015~17년)이었을 원고다. 

본문이 언급되듯이 선문대 구사회 선생이 마련해준 특강 자리였으니, 그때 강연록 원고다. 

물론 이대로 강연하지는 않았다. 

마침 근자 강민경 군이 장영실과 관련한 의미 있는 논문을 공간했기에 옛날 묵힌 원고를 새삼 꺼내어 6회분으로 나누어 싣는다. 
 
 
조선 세종시대의 장영실 

                                                              김태식 역사전문 언론인 

1. raw file로 대면하는 조선왕조사 

세종과 장영실에 대한 강의를 한 달 전쯤 나는 이 대학 구사회 교수께 요청받을 때만 해도 적어도 후자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아니, 더욱 정확히는 아는 것이 없었다. 

더구나 세종이라고 해도 성군聖君이라는 피상의 인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한 달이 지난 지금 이 자리에서 저러한 사정은 달라졌는가? 솔직히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없다. 

그런 사람이 외람스럽게 오늘 이 자리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섰는가? 무엇인가 할 말이 있을 법도 하다고 과신한 까닭이다. 

이 자리가 어떻게 마련되었는지는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작금 공중파 방송인 KBS1에서 매주 토·일 저녁에 방영하는 드라마 《장영실》의 영향도 있을 법 하고, 나아가 이 대학이 추진하는 모종의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종장헌대왕실록 껍데기



나는 유감스럽게도 저 드라마를 제대로 시청한 적이 없다. 듣자니 송일국이 장영실로 분하고 김상경이 세종 이도 역을 한다 하며, 중견배우 김영철이 태종 이방원을 소화한다고 한다. 또 박선영이 소현옹주라는 가상의 인물로 등장한다고 한다. 

내가 요즘 역사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이유는 하도 역사를 비틀어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역사(歷史)가 다르다는 점을 모를 정도로 내가 바보는 아니다. 하지만 역사에 엄연히 이러한 데도 그것을 알고서도 일부러 그것을 짓이겨 비틀어대는 일을 용납하기는 힘들다. 

여러분에게는 어쩌면 공룡이 뛰어노는 고생대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역사 드라마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용의 눈물》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유동근 최명길이 각각 조선 태종과 그의 왕비로 열연한 드라마로 1996년 11월부터 1998년 5월까지 장기 방영되었다. 

이 드라마는 당대 조선시대 전공자들한테도 극찬을 받았다. 역사학자도 생각하지 못한 조선시대를 그려냈다는 그런 극찬을 말이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역사에 충실하면서도 그런 역사에 기록된 사건의 이면, 혹은 사건끼리의 연관성을 예리하게 파헤쳤기 때문이다. 

내 기억에는 이것이 아마도 정통 역사 드라마의 마지막이 아닐까 한다. 이후 사극을 표방한 드라마를 보면 타임 슬립(time slip)이라 해서 조선시대 인물이 느닷없이 타임머신도 없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출현하는가 하면, 거꾸로 21세기 대한민국 사람이 조선시대로 돌아가기도 하는 지경이니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다. 

사극은 역사를 조작하거나 비틀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이 시대 대중이 요구하는 판타지를 훌륭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세종장헌대왕실록 본문 첫 부분



객설이 길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오늘 이 자리에서 힘주어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역사를 날것으로도 한 번쯤은 대면해 보자는 것이다. 포토샵을 거친 꾸민 얼굴이 아니라, raw file 형태로 역사를 대면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면 세종과 장영실 시대를 들여다보는 raw file은 무엇인가? 나는 조선왕조실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실록 역시 무수한 가공을 거친 2차 생산품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시대 육성을 그대로 들을 수 있는 제격인 자료다. 조선시대 실록은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서 바로 앞선 시대 왕의 시대에 일어난 일들을 정리한 기록이다. 

이런 실록이 왕별로 만들어졌으니, 그런 까닭에 태조 이성계 시대 사적을 정리한 실록은 태조실록이라 하고, 태종 시대의 그것을 태종실록이라 한다. 

따라서 세종시대의 일은 세종실록에서 중점적으로 찾아야 한다. 물론 세종 이도는 태종 이방원의 아들인 까닭에 그의 어릴 적 이후 왕이 되기까지 주요한 행적은 태종실록에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실록은 방대하기 짝이 없다. 보통 마지막 고종과 순종실록은 일본인 영향으로 작성되었다 해서 빼버리기도 하지만 이에 의한대도 태조 이래 철종에 이르는 25대 472년간의 역사가 무려 1,893권 888책에 본분 분량은 5, 200만자에 이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복을 받은 시대라 옛날 사람처럼 고생할 필요가 없다. 컴퓨터나 휴대폰만으로도 언제 어디서건 통신망이 있는 곳에서는 편히 그 원문과 번역문을 열람할 수 있고, 더구나 내가 필요한 정보는 키워드 검색을 통해 간단히 뽑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문제가 적지는 않지만 관련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그 전부를 번역하고, 그것을 요새는 웹상에서 무료로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조선왕조실록’이라고 치면, 그 번역 전문과 원문 접근이 가능하고,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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