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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주마간산 애급여행기> (3) BTS보단 강남스타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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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 옴보>

수단과 경계를 이루는 아스완을 떠나 룩소르를 향해 나일강 크루즈에 나서 북쪽으로 50킬로미터가량을 내려간 어중간 나일강 동편으로 콤 옴보(Kom Ombo)라는 곳은 농업으로 주된 생업 기반으로 삼는 마을이라, 


콤 옴보 신전


이곳에 악어 대가리를 걸친 소베크(Sobek), 혹은 세베크(Sebek), 혹은 소체트(Sochet), 혹은 솝크(Sobk), 혹은 솝키(Sobki)라는 신을 봉헌하기 위한 콤 옴보 신전(the Temple of Kom Ombo)이 있어,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떠난 이번 이집트 여행에서 이 신전 건물을 마주하면서 퍼뜩 "저거 왜 저래? 코린트 양식 기둥인데?" 했던 것이었던 바, 이런 인상은 이내 해명이 되었으니, 

알고 보니, 고대 이집트 왕국 시대에는 '황금도시'를 의미하는 눕트(Nubt), 혹은 누베트(Nubet) 혹은 누비트(Nubyt) 혹은 느비트(Nbyt)라는 이 도시가 알렉산더 동방 원정에 그리스 치하로 넘어가면서 개막한 그레코로만시대(the Greco-Roman Period)인 기원전 2세기에 건립된 사원이라 하니, 뭐 거죽은 희랍 양식이요 속내는 이른바 현지 전통을 고수한 까닭이라 저런 야시꾸레한 모습으로 절충된 까닭일 터이다. 


콤 옴보 신전 코린트 양식 기둥



이 콤 옴보 신전에서 나로선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더 있으니, 다름 아닌 방학을 맞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연휴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일강 투어에 나선 이집트 여대생 너댓명을 우연히 조우하게 된 일이 그것이다. 처음엔 수학여행 나선 여고생 정도로 생각했지만 나중에 다른 곳에서 다시 마주했을 때 확인하니 대학생이라 했다. 

콤 옴보 신전 한가운데서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그 무수한 조각과 상형문자, 그림을 정신없이 찍어대는데 저들 여군단이 다가와서는 흘끔흘끔 흘겨보는 기분이 드는가 싶더니, 이내 미스터 운운하면서 영어로 말을 걸어오면서 어디서 왔느냐 하기에 "싸우스 코리아"라 무뚝뚝하게 받아쳤거니와, 그래 이 정도면 나가 떨어지겠지 했더랬는데 뭔가 계속 머뭇머뭇하면서 서로에게 무슨 말을 미루는지라, 결국 한 여식이 하는 말이 "사진 좀 같이 찍을 수 있겠느냐" 한다. 


콤 옴보 신전. 이집트 신전엔 붉은색 의상을 하고 가라 하고 싶다.


이들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까닭은 그들 하나하나가 다 배우 뺨치는 미모라, 중앙아시아에서는 김태희가 밭을 맨다지만, 이집트에서는 김태희보다 골백배 이쁜 여식들이 신전 구경 다니더라. 그 오랜 기간 무수한 인종 착종이 있었을 현대 이집트인들이 미남 미녀임을 익히 알기는 했지만, 이리도 이쁠 줄 몰랐다. 

애들, 특히 여자아이들은 더 이뻐 인형을 방불하는데, 딸이 없는 내가 그들을 납치해 왔으면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인형 같은 애들이 무럭무럭 자라 스무살 어간 성인 문턱에 들어섰는데, 가까지 지켜보다간 같은 사람인데 이들은 왜 이리 이쁜가 했더랬다. 다들 무슬림인지 차도르를 썼다. 


콤 옴보에서 조우한 이집트 젊은 처자들. 저게 코리언 하트라는데, 날더러 하라 한다.


내가 BTS도 아닐진대, 사진 한 장 혹은 두어 장 같이 찍어주는 일이 무에 대수랴? 저쪽에서 먼저 찍자 하니 쭛볏쭛볏 엉거주춤 자세에 썩소가 나왔는지, 이내 다시 웃으라 하면서 이 자세를 지어줬으면 한다 해서 보니, 이른바 코리언 하트(Korean Heart)라는 그 손가락 모양을 해달란다. 엄지와 검지를 빌빌 꼬아 만드는 그 손 모양 말이다. 

나야 그런 모양을 지어본 적도 없는 구닥다리 세대거니와, 그것이 코리언 하트인지 아닌지조차 몰랐으되, 다만 이른바 한류 아이돌스타들이 그런 기념 포즈를 자주 취하는 모습을 본 기억만은 있다. 그 포즈를 취하라기에 "도대체 그게 뭐냐?" 내가 물었더니, "우리도 모른다. 한국사람들이 다 이러지 않느냐?" 하는데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중에 귀국해서 우리 공장 연예담당들한테 물어보니 이걸 코리언 하트라 한다 하며, 대략 1년전부터 대유행이라는 말만 들었다. 


나도 함 해주고..콤 옴보 신전에서.


내친 김에, 또 현재 하는 일이 그런 쪽이라 더 했겠지만, BTS가 대표하는 한류 바람이 이집트 젊은층에서는 어찌 통용하는지도 알고 싶어, BTS를 아느냐 물었더니, 대뜸 흥얼흥얼 Fake Love 두어 소절을 읊조리는 게 아닌가? 다만, 이들이 아미는 아닌 듯하거니와, BTS 존재는 이들한테도 잘 알려졌다는 사실만은 확인했다. 

7박8일, 혹은 7박9일 패키지 여행에서 접한 정보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만난 사람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그것도 특수한 상황에서 조우했으니 말이다. 


카이로 전통시장


다만, 저와 더불어 귀국 전날인지 귀국 당일 카이로 전통시장을 돌며 그 많은 삐끼에 정신이 사나웠거니와, 이리 생긴 족속이야 저들에겐 중국 아니면 일본 아니면 한국이었으니, 우리가 한국인임을 간파한 저 시장 바닥에서는 호객을 위해 각종 쇼를 마다 않았으니, 그 쇼 배경이 거개 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 그 독특한 춤을 선보이며, 장신구를 비롯한 각종 상품을 팔려 했으니 말이다. 

여담이지만, 그네들이 그리 사라고 해서 속는 셈 치고 산 은 제품 장신구는 돌아오자마자, 마침 일행 중에 문화재 보존과학 종사자가 있어, 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계에 넣어 보니, 역시나 니켈 도금인 사실을 나중에 알고는 나중에 파안대소했더랬다. 


카이로 전통시장 빵집


참, 콤 옴보에서 조우한 그 이집트 여대생들은 이후 우리가 움직이는 현장마다 사흘 연속인가 계속 마주쳤으니, 두번째 만나서는 반가웠고, 세번째 만남에서는 벌써 생소가 익숙이 되어, 그냥 손만 흔들고 지나쳤다. 

콤 옴보에서 내가 찍히고, 내친 김에 이를 배경으로 나 역시도 저들 사진을 박아두면 좋겠다 싶어 두어 장 찍었거니와, 문제는 사진 전송이었으니, 그 자리서 이메일을 적어달라 했더니, 대뜸 인스타그람 계정이 있냐 묻는다. 그래, 젊은층에서는 인스타가 대세라더니, 이집트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모양이다. 


이집트 현지에서 공수해 남영동 거실 텔레비전 앞에 안치한 대리석 스핑크스 수버니어. 몇 백년 뒤, 혹은 수천 년 뒤 격렬한 원산지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나야 인스타그람 계정도 있지만, 그래도 구닥다리라, 이메일을 내 카톡에 저장해 놓고는 귀국해서 사진을 정리하고는 그 이메일에 적힌 이름으로 검색해서 이집트에서 조우한 여식과 친구까지 되었으니, 이후 가끔은 그 인스타 메시지로 연락까지 주고 받는가 하면 그의 포스팅에 댓글도 달곤 한다. 

한번은 한국 풍경을 담은 사진 좀 보내달라 해서 조계종 등불 야경을 담은 사진 몇 장을 보냈더니, 판에 박힌 반응인지 모르나 좋아라 했다. 그때 콤 옴보에서 "한국 방문하고 싶다" 그랬는데, 뭐 내가 초청할 힘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저가 나중에 떼돈 벌고 성공해서 보란 듯이 한국을 찾을 날 혹 있지는 아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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