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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죽쑤어 개주는 희망퇴직, 에이스들만 떠난다

by taeshik.kim 2021.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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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파격 조건에 한수진·손범규 등 13명 무더기 희망퇴직

SBS 파격 조건에 한수진·손범규 등 13명 무더기 희망퇴직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SBS가 업계 최고 수준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지 약 한 달 만에 한수진 앵커와 손범규 아나운서 등 13명이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21일 SBS 관계자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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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희망퇴직은 법으로 규정한 정년보다 일찍 퇴직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모종의 대가를 고용주한테서 받는다는 점에서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명예퇴직 제도와 궤를 같이하나 특별한 케이스에 한해 노사가 합의해 특별한 조건을 부여해 보통은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조건이 좋다.

명예퇴직이건 희망퇴직이건 고용주로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임으로써 경영압박 요인을 벗어나고자 대개 도입하곤 하거니와 전자가 주로 고연령 고액연봉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후자는 그 연령대를 많이 낮춘다.

다만 이 제도가 생각만큼 호응이 크진 않거니와 정년보다 일찍 나가서 다른 인생설계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까닭이라 무엇보다 그에는 한국문화 특성까지 가미된 것도 한 원인이 된다 보거니와 특히 자녀 입시문제와 결혼문제가 심각히 대두한다.

대개 저 연령대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자녀가 대학에 걸릴 무렵이거나 결혼적령기라 돈이 한창 들어가고 무엇보다 기간 뿌린 경조사비를 이제는 내가 뽑아야 할 시점이다. 가뜩이나 저런 마당에 희망퇴직을 실시한들 호응이 있겠는가? 우리 공장에서도 전전임 적폐경영진이 무슨 의도였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희망퇴직제를 도입한다 하고서 희망자를 모은 결과는 처참했다.


또 하나 희망퇴직이건 일반적인 명예퇴직이건, 고용주로서는 대개 업무효율을 떨어지면서 고액연봉만 축낸다고 판단하는 늙다리들을 정리한다는 목적이 없을 수 없다. 실은 이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만하다.

하지만 막상 이 제도를 시행하면 제발 나가줬으면 하는 놈은 단 한 놈도 사표를 내지 않고, 이른바 쓸 만한 사람들이 나가는 일이 허다하다. 왜? 제발 나가줘라 기대하는 놈들은 나가면 할 일이 없어 절대로 안 나가는 반면 언제건 다른 직장을 찾을 자신이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상대적으로 젊고 유능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은 달라, 이들이 주로 나간다.

희망퇴직의 경우, 그를 통한 인력감축이라는 내실을 충족하고자 할 적에는 조건이 파격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녀 학자금이 문제거니와, 예컨대 정년까지 그 학자금은 전액 보존해주거나, 남은 기간 연봉은 모조리 다 쳐주어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이를 통한 인력감축이라는 효과는 어느 정도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직장은 거의 없다.

한데 스브스가 어찌된 셈인지, 저에 가까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모양이라, 언뜻 보니 그 조건이 다른 데서 보던 그것과는 왕청나게 달라 솔깃하게 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저 보도를 보면 명예퇴직금이 기본급에 정년 잔여 월수와 지급률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되며 최대한도는 5억원이라 하고, 덧붙여 대상자 전원한테 특별위로금, 만 20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장기근속 기여금을 1천만원씩 추가 지급하고, 최대 국장까지 1개 직급 명예 승진하게 하는 내용까지 있단다. 명예승진이란 내가 이해하는 한, 내가 차장이면, 과장 직급을 달아주고 내보낸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퇴직하고서는 전임 과장으로 행세케 한다는 것이다.

암튼 그건 그렇고 막상 저와 같은 파격 조건을 내건 희망퇴직에 호응한 사람들이 보다시피 부문별 에이스로 꼽히는 친구들이 포함되곤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저들은 퇴직해도 다른 데 스카우트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친구들이며, 아마 저들 중 일부 혹은 상당수는 그간 적지 않은 외부 유혹, 곧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을 것이다.

스브스가 저걸 원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은 내 경험으로 봐도 죽쑤어 개주는 꼴을 빚는 일이 많다. 제발 나가줬으면 하는 인간들은 죽어도 안 나가고, 다른 데 갈 여지가 큰 친구들만 우수수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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