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삼엽충이라고해.
편하게 엽충이형이라고 불러도 좋아.
내가 언제부터 이 박물관 유리장 속에 있었는 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친구들과 살던 5억4천만년 전은 참 생생히 기억나지.
바닷속 부드러운 바닥에서 여유롭게 다니던 그 때가 참 좋았는데...
“꺄르르..간지러 이 플랑크톤놈아! 자꾸 그러면 확 먹어 버린다~~!“
아 미안. 내 다리 사이사이를 간지럽히던 플랑크톤이 갑자기 생각 나서...
나는 사실 꿈이 있었어.
갑옷 같은 등, 여러개의 다리, 머리에 난 길다란 침 이런 내 모습말고, 한 번즈음 다른 모습으로 살아 보는거야!
예를들어 이런 모습을 상상해 봤어.
흐물흐물한 몸통과 흐물흐물한 다리, 때로는 총알 처럼 피슝 하고 물살을 가를 때도 있고.
오징어(Squid) 가 꼭 그렇더라고.
비록 생긴 건 많이 추하지만 말이야.
요즘 인간들은 못생긴 사람들을 비유 할 때 오징어 닮았다고 하더만? 그런데 미안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둘다 거기서 거기야, 훗.ㅎㅎ
오! 저 오징어의 몸 좀 봐, 자유로워 보이지?
그리고 이 물 속을 나가 보는 파격적인 상상도 해봤지!!
우리가족들과 친구들은 이런 내 말을 듣고 멍청한 소리 라며 콧방귀를 뀌었어. 물 밖에서는 살 수 없다고 말이야.
하지만 여기 박물관에 와서 보니깐 물 밖에서 다들 잘 살더만? 멍청한건 그 삼엽충들이었어!
완전히 물 밖에서 산 건 아니지만,
나는 틱타알릭(Tiktaalik), 이 아이가 참 인상적이더라고.
생긴 모양을 보면 물고기 같기도 하고, 네 발 달린 동물 같기도 하고 암튼 요상스럽지?
하지만 이런 생김새 덕분에 물 밖에도 잠~깐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
바로 저 지느러미 같은 다리!
얕은 하천 바닥에서 생활하다가, 저 지느러미를 노처럼 이용해 헤엄도 쳤다가, 또 저 다리 같은 지느러미로 엉금엉금 기어 잠깐 물 밖으로 나갔을 것으로 봐.
참 신기해~~~
나도 물 밖으로 나가 보고 싶어!
물 밖에는 물 속에서 보던 흐물흐물 산호말고, 다른 식물들도 많다고 들었어. 내 식성이랑은 맞지 않겠지만 말야.
고생대 페름기(약 2억 7,000만 년 전부터 2억 3,000만 년 전) 있던 고사리는 지금도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니?
어휴~~나도 오래 살긴 살았는데, 얘 고사리는 정말 징하다 징해~~나보다 약 3억살은 어리지만, 결국에 살아 남은 건 이 고사리 녀석이니 참말로 독한 아이야. (절레절레)
마지막 꿈은, 원래 꿈은 아니었는데 박물관에 와서 생긴 꿈이야.
뭐냐면...
물속도 땅도 아닌 하늘을 날고 싶어.
‘저 엽충이형이 오래 살더니 드디어 미쳤구나!’
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날고 싶다고.
내가 날 수 있을 것 같은 애들을 쭉 지켜 봤어.
아 그런데, 왜 자꾸 어린애들 취급 하냐고? 형이 그래도 5억 7천만년 전에는 태어 났을 텐데, 1억년 전 2억년 전 태어난 것들한테 ‘아이구 누구누구님~~~’ 해야겠니? 그건 아니지~~
이 아이는 카우딥테릭스(Caudipteryx)야. 지금의 새의 모습과 비슷하지? 깃털이 있어 마치 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날지 못해.
숲속을 빠르게 샤샤샥 다니고, 꼬리에 있는 깃털로는 몸의 균형을 잡았을 것으로 봐.
그 옆에는 시노사우롭테릭스 (Sinosauropteryx)야.
털 같은게 몸을 덮고 있어서 혹시(?) 날 수 있을 갓 같아 보이지만, 택도 없는 소리! 역시 못 날아!
이런 빛좋은 깃털 같은 이라고.
제홀로르니스(Jeholornis) 라는 아이도 있는데 영...
내가 원하는 비행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
꼬리는 또 왜이렇게 화려한지.
화려한 내 모습 알지?
머리•몸통•꼬리 완벽한 비율에 왕자 복근을 넘어 이건 뭐 왕왕왕자 복근(주름), 현란한 다리, 강렬함이 느껴지는 눈.
난 이런 화려한 내 모습에 질렸거든.
다시 태어나면 소박한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어.
그래서 어떤 모습이고 싶냐고?
바로, 까치!
까치이고 싶어.
갖출 것 만 딱 갖춰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까치가 참 부러워.
저 빛나는 날개, 길쭉한 꼬리, 작은 머리.
또 땅 위에서는 두 발로 총총총 뛰어 다니는 게 얼마나 귀엽다고.
삼엽충인 내 몸으로는 할 수 없는 행위이지.
그래서 상상을 해 보는 거야.
삼엽충인 내가 날면 어떨까 하고. ㅎㅎ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그런데, 아이고.
그나저나 너는 그 모습으로 힘들어서 어떻게 살아 가누? 힘내고! 힘들면 끙끙대지말고 형한테 말하고.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고, 자주 놀러와.
또 빙글빙글 돌면서 재밌는 박물관 이야기 들려줄게.
그럼 형은 이만! 안녕!
아참!! 나를 찾고 싶다면, 지질박물관 제1전시관으로 오면 볼 수 있어. 아래에 박물관 주소랑 박물관홈페이지 링크도 걸어 뒀으니, 잘 찾아 오길 바라! (찡긋)
그럼 또보자구!
***
• 지질박물관 위치
대전 유성구 과학로 124 한국지질자원연구원
• 지질박물관 홈페이지
https://museum.kigam.re.kr/html/kr/
***
삼엽충(Trilobites) 설명은 대한지질학회-지질학백과
내용으로 대신하겠습니다.
• 대한지질학회 홈페이지
https://www.gskorea.or.k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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