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단상>
달항아리-라는 이름도 비교적 근래 붙여진 것이지만-가 과연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조선시대 달항아리가 부르는 게 값이 된 건 뉴스 축에도 못끼고, 현대 도예가의 달항아리(그것도 값이 만만찮지만)를 끼고 사는 사람이 늘었다.
하다 못해 달항아리 그림이나 사진을 사다 거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 자체야 뭐 나쁜 일이랴마는, "돈 들어온다"고 해서 달항아리 사진을 붙여놓고 자랑한다는 데 이르러서는 헛웃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하기야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시대가 변하면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도 변하고 그것이 상징하는 뜻도 달라지게 마련이니까.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아름다운 건 누구나 봐도 아름다운 것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글쎄.... 60년대에 한국 문화재 전시를 유럽과 미국에서 하니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시위를 했단다. 왜냐고? 이런 촌스러운 것을 뭐하러 전시해서 나라 망신을 시키느냐고.
좀 더 거슬러올라가면 일제강점기에는 조선백자 값이 퍽 낮았다. 다들 고려청자에 환장하던 시절이었고, 더러 미시마테[三島手]라 한 분청자를 쳐주는 정도였다.
그나마도 분청자가 고려 것이라고 해서 비쌌는데, 이것이 조선 초기 것이라고 야나기, 아사카와 같은 분들이 주장하니 경성의 골동상들이 성토하더라는 얘기도 있다(이건 아사카와 다쿠미 일기에서 보았으니 확실하리라).
이 시절에는 달항아리에 새우젓을 담아 썼다는 이야기마저 전해진다.
과연 미래에는 어떤 물건이 한국미의 상징이 되고 나아가 재복財福을 불러온다 하여 간택을 받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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