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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집로천녀執爐天女, 병향로柄香爐를 손에 쥔 천상의 여인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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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성덕대왕신종의 이른바 병향로 공양자상. 공양자로 보이는 사람이 부처 앞에서 향로를 잡고서 공양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聖德大王神鍾供養者像


지금 읽는 唐末 단성식段成式(?~863)의 《유양잡조酉陽雜俎》 속집續集 권5는 소제목이 寺塔記(上)이라 당시 西都 장안長安 일대에 있는 사찰을 단성식이 직접 돌면서 견문한 바를 정리한 것이라. 그 와중에 상락방常樂坊이라는 곳에 있던 조경공사趙景公寺라는 사찰 벽화를 기술하는 와중에 이런 말이 있다.

"서쪽 중앙의 三門 안 문 남쪽에는 오도현이 그린 용 그림과 天王이 수염과 털을 그린 그림이 잇는데 필세가 철필로 그린 긋하고 향로를 잡은 天女는 적이 눈동자가 말을 하는 듯하다"

는 구절이 보이니 이것이 바로 요즘 한국 불교미술사학계에서도 관심이 부쩍 늘어난 이른바 병향로라는 것이다.

"향로를 잡은 천녀" 그 원문을 찾았더니 


執爐天女집로천녀 


라 한다.

이로써 우리는 이른바 병향로를 쥐는 행위와 그것을 쥔 주체가 天女임을 확인한다. (October 26, 2011 at 11:12 PM · Seoul)


성덕대왕신종 병향로 공양자상. 聖德大王神鍾供養者像


*****

앞에서 소개한 《유양잡조酉陽雜俎》 속집이 정리한 상락방常樂坊 조경공사趙景公寺 관련 언급 전문은 다음과 같다. 


常樂坊趙景公寺,隋開皇三年置。本曰弘善寺,十八年改焉。南中三門裏東壁上,吳道玄白畫地獄變,筆力勁怒,變狀陰怪,睹之不覺毛戴。吳畫中得意處。三階院西廊下,範長壽畫西方變及十六對事,寶池尤妙絕,諦視之,覺水入浮壁。院門上白畫樹石,頗似閻立德。予攜立德行天祠粉本驗之,無異。西中三門裏門南,吳生畫龍及刷天王鬚,筆跡如鐵。有執爐天女,竊眸欲語。華嚴院中,鍮石盧舍立像,高六尺,古樣精巧。塔下有舍利三斗四升。移塔之時,僧守行建道場,出舍利俾士庶觀之。唄贊未畢,滿地現舍利,士女不敢踐之,悉出寺外。守公乃造小泥塔及木塔近十萬枚葬之,今尚有數萬存焉。寺有小銀像六百餘軀,金佛一軀長數尺,大銀像高六尺餘,古樣精巧。又有篏七寶字《多心經》小屏風,盛以寶函,上有雜色珠及白珠,駢甃亂目。祿山亂,宮人藏於此寺。屏風十五牒,三十行經後云:「發心主司馬恒存,願成主上柱國索伏寶息、上柱國真德為法界眾生造。」黃金牒經,善繼疑外國物。

辭。吳畫連句:慘淡十堵內,吳生縱狂跡。風雲將逼人,鬼神如脫壁(柯古)。其中龍最怪,張甲方汗栗。黑夜窸窣時,安知不霹靂(善繼)。此際忽仙子,獵獵衣舄奕。妙瞬乍疑生,參差奪人魄(夢復)。往往乘猛虎,沖梁聳奇石(一作特)。蒼峭束高泉,角睞警欹側(柯古)。冥獄不可視,毛戴腋流液。茍能水成剎,那更沉火宅(善繼)。

語。各錄禪師佳語:蘭若和尚云:「家家門有長安道。」(柯古)荊州些些和尚云:「自看工夫多少。」(善繼)無名和尚云:「最後一大息須分明。」(夢復)

題約公院四言:印火熒熒,燈續焰青(善繼)。七俱胝咒,四阿含經(柯古)。各錄佳語,聊事素屏(夢復)。丈室安居,延賓不扃(升上人)。

창녕 말흘리유적 병향로昌寧末屹里遺跡出土統一新羅時代柄香爐. 경남고고학연구소가 경남 창녕군 의뢰로 2003년 7월 11일~8월 21일 창녕동부우회도로 개설구간에 포함된 창녕읍 말흘리(末屹里) 370-1번지 일대 440㎡에 대해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발굴한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향을 피우는 불교 공양구 병향로(柄香爐).


이에서 말하는 오도현 그림이 있다는 서중삼문西中三門이 전체가 고유명사처럼 쓰였는지, 아니면 서쪽 중앙에 있는 삼문인지 단안이 언뜻 어렵다. 그 어떤 경우에도 이 사찰 경계를 정하는 네 방향 담장 중 서쪽 벽으로 통하는 중앙 지점에서 설치했음은 분명하거니와, 이는 세 문이 있었음을 말한다. 

지금도 거의 모든 궁궐 혹은 사대부가 문은 3문임을 떠올리면 되거니와, 중앙은 임금이 다니고, 그 양쪽을 신하들이나 백성들이 교통하는 곳이다. 


興福寺傳神叡坐像


위 사진은 나라 고후쿠지(흥복사. 興福寺) 소장 전 신예좌상傳神叡坐像이라는 것이다.  

Seated Patriarch of the Hossou Sect, Reputedly Shinei, National Treasure of Japan. Kamakura Period(dated 1189), Wood and Pigaments, Koufukuji Temple, Nara, Japan.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이 위탁관리 중인 이 불교조각상은 문치文治 5년(1189) 作으로 사전寺傳에서는 신예神叡(신에이)의 상이라고 전하지만 생몰년 미상인 기조基操임을 알 수 있다. 왼손에 불교공양구인 병향로柄香爐를 쥔 모습이 인상적이다. 2009.10.23 촬영. 


병향로가 한반도에서는 그간에는 호암미술관 소장 전세품 달랑 1점 말고 단석산 마애불과 성덕대왕신종 같은 데서 그림 형태로만 나오다가 거의 기적적으로 최근에 두 군데서 연달아 출토됐다. 창녕 말흘리유적이랑 군위 인각사가 그곳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다룰 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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